미국 자동차 대출금리가 7% 안팎에 머물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사업 무게중심이 에너지저장장치(ESS) 쪽으로 더 기울고 있다. 전기차 구매 부담과 배터리 업체의 차환 비용 부담이 동시에 커진 데 따른 대응으로 풀이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에 따르면 5월 미국 상업은행의 60개월 만기 신차 대출금리는 연 7.14%, 72개월물은 6.97%였다. 60개월물 금리는 2024년 평균 8.16%, 2025년 7.65%에서 낮아졌지만 2022년 5.36%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초기 구매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자동차 대출금리가 7% 안팎에 머물면 같은 차량을 사더라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월 상환액 부담은 커질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세액공제 종료와 완성차 업체의 전동화 계획 조정도 배터리 수요를 둘러싼 부담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가 다시 금리를 올릴 경우 자동차 대출금리 하락세가 멈추거나 은행 조달비용을 통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이후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유지하고 있다. 금융시장은 오는 15~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의 재무 부담도 커졌다. 각사 반기보고서 기준 6월 말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 차입금은 29조123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약 6조6000억원 늘었다. 삼성SDI의 차입금은 12조1109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2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두 회사의 총차입금은 41조2343억원으로 반년 만에 7조8383억원 늘었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지난해 말 3조7793억원에서 6월 말 7조1703억원으로 증가했다. 총차입금은 이자와 차환 부담을, 순차입금은 실제 재무 부담을 보여주는 지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가 올해 상반기 지급한 이자는 각각 5573억원과 1373억원으로 모두 6946억원이었다. 전년 동기보다 30.7% 늘어난 규모다. 시장금리 상승 부담은 기존 고정금리 차입금보다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와 신규 차입부터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실적 흐름에서는 ESS가 완충 역할을 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7월 30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매출 7조5602억원, 영업이익 1133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상반기 ESS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배 늘었고 전사 매출 비중은 20% 후반까지 확대됐다.
삼성SDI도 2분기 매출 3조7700억원, 영업이익 203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는 7월 30일 실적 발표에서 7개 분기 만에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고,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전원장치(UPS)와 배터리백업유닛(BBU) 수요가 상반기 실적 회복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SK온도 2분기 821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고객사 보상금과 미국 생산세액공제 증가 등 일회성·정책 효과가 포함돼 있어 본원적 수익성 회복 여부는 추가 실적에서 확인해야 한다.
ESS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설비다. 태양광·풍력처럼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전원과 함께 쓰이고, 전력 사용량이 큰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망 부하를 완화하는 장치로 거론된다.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전기차용 생산라인 일부를 ESS용으로 돌려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선택지이기도 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전망 보고서에서 2025년 미국 배터리 투입량 가운데 고정형 저장장치가 3분의 1을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IEA는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수요 확대가 배터리 업체의 미국 ESS 시장 관심을 키우고 있다고 봤다.
국내 업체의 대응도 같은 방향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말까지 북미 ESS 생산능력 50GWh 이상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온은 네오볼타파워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미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셀 9GWh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추가 협력까지 포함하면 전체 규모가 18GWh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본지는 앞서 미국 ESS 신규 설치량 증가가 배터리 3사의 실적 셈법을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하나증권은 6월 미국 ESS 신규 설치량이 13.0GWh로 전년 대비 76% 늘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ESS는 전기차 수요 둔화 국면에서 일부 완충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금리 상승시 재무부담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ESS가 전기차 배터리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고금리 환경에서 기존 설비 활용도를 높이는 방어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