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센서스 홍콩 2026 현장 견문록: 생존의 대화, 남아 있는 빌딩의 온기
엑시리스트(Exilist)
2026.02.23 16:18:54
컨센서스 홍콩은 늘 ‘아시아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를 가장 쉽게 만나는 행사’라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올해 컨센서스 홍콩은 메인이벤트 전날부터 사이드이벤트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시작됐습니다. 시장 가격 흐름만 보면 분위기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데, 현장은 의외로 활발했습니다. 다만 들떠 있는 활기라기보다는,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더 촘촘히 하면서 버티는 에너지에 가까웠습니다. 사람들은 계속 움직였고, 미팅은 많았고, 대화의 속도도 빨랐습니다.

1) 사이드이벤트에서 먼저 보인 장면들



작년 한국에서 열렸던 KBW와 비교하면 사이드이벤트 수 자체가 적었고, 그 안에 들어찬 사람 수도 확실히 줄어 보였습니다. KBW가 원래 열기가 높은 행사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번 홍콩은 시장의 체력이 행사 밀도에 그대로 반영된 느낌이었습니다.
참가자 구성에서 눈에 띈 건 중국계·중화권 회사 비중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팀들이 자주 보였고, 일정 페이지나 룸 안내가 중국어만 있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단순히 안내가 불친절하다는 문제라기보다는, 애초에 타깃 고객과 네트워크의 축이 다르게 잡혀 있다는 인상이었습니다. 반대로 전체 참가자 풀에서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보였습니다. 홍콩이 여전히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아시아 시장을 확인하는 루트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했습니다.
네트워킹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토큰 프로젝트 팀의 부재였습니다. 토큰 프로젝트 팀 자체가 드물었고, 특히 TGE 전 단계에서 빌딩 중인 신생 팀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행사장에 많았던 건 거래소, 미디어, 에이전시, 인프라·B2B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었습니다. 시장이 조용해질수록 신생 팀은 예산이 줄고, 서비스 업체는 고객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그 흐름이 네트워킹의 구성과 대화 주제를 그대로 바꿔 놓았습니다. 그래서 현장에서 오간 대화도 프로덕트보다는 세일즈와 BD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작년 컨센서스 홍콩을 떠올리면 규제가 대화의 중심에 있던 기억이 강한데, 올해는 홍콩 규제 이야기를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미국 사례를 언급하며 규제 완화 같은 제도적 장치가 시장에 다시 기대를 주느냐는 질문도 있었지만, 그것이 메인 드라이버처럼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프라이버시, 예측시장, 펍덱처럼 국내에서 그나마 명맥이 이어지는 메타 내러티브도 현장에서는 뚜렷하게 잡히지 않았습니다. 대신 AI 관련 대화는 확실히 가장 많이 들렸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첫날부터 온도가 높았습니다. 업비트 상장 프리미엄이 여전히 큰 가치로 인식되고 있었고, 상장을 위해 넘어야 하는 허들이 매우 엄격하다는 점도 이미 기본 상식처럼 깔려 있었습니다. 행사장에서는 한국이 중요한 시장이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왔고, 그 말이 그냥 수사로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2) 메인이벤트: 규모는 유지됐지만, 돈의 밀도는 낮아졌다



메인이벤트 자체는 물리적으로는 큰 행사였습니다. 다만 체감상 절대적인 참여자 수는 확실히 줄었고, 부스도 꽉 찼다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부스 구성을 보면 전통적으로 자금력이 있는 재단과 기관·플랫폼 중심이었습니다. 카르다노, 폴카닷, 트론, Bullish, 애니모카처럼 체력이 있는 플레이어들이 전면에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었고, 반대로 막 TGE를 끝냈거나 TGE를 앞둔 신생 토큰 프로젝트는 찾기 어려웠습니다. 신규 프로젝트 쇼케이스라기보다는, 버틸 수 있는 쪽이 무대를 계속 가져가는 행사로 보였습니다.


흥미롭게도 빌딩의 공기는 메인이벤트보다 솔라나 쪽에서 더 진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번 기간에는 솔라나가 주관하는 Accelerate APAC도 함께 열렸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오히려 더 활성화된 공간이었습니다. 프로덕트 중심의 움직임이 많았고, 대화도 상대적으로 실행과 빌딩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Arcium, Solflare 같은 솔라나 생태계 핵심 프로젝트들도 보였고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국인이 가장 많이 보였던 공간이기도 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빌더·참가자들이 어느 네트워크에 모이는지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홍콩을 떠올리면 해시키의 존재감이 강했는데, 올해는 행사장에서 그 흔적을 거의 찾기 어려웠습니다. IPO 이후 전략이 달라진 것인지, 홍콩에서 큰 플레이어였던 만큼 공백이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거래소 쪽 분위기도 대비가 있었습니다. 바이낸스, OKX, 바이비트 같은 대형 거래소는 생각보다 공격적으로 홍보하거나 영업하는 느낌이 강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Gate, MEXC 같은 중소형 거래소는 영업 활동이 눈에 띄게 늘어난 분위기였습니다. 원래 규모가 작을수록 영업이 중요하지만, 올해는 그 생존 본능이 더 노골적으로 보였습니다.
3) 올해의 주제: 토큰화, RWA, 스테이블코인



행사 전체에서 가장 큰 축은 토크나이징(토큰화)과 RWA,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네트워킹에서 앞으로 몇 년 뒤에도 살아남을 섹터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면, 돌아오는 답도 대체로 이쪽으로 모였습니다. 특히 웹2 기업 담당자들이 생각보다 자주 눈에 띄었습니다. 단순한 참관이라기보다는,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을 자기 조직의 제품이나 결제·정산 구조에 어떻게 붙일 수 있을지 학습하러 온 분위기가 분명했습니다. 시장이 과열됐을 때의 호기심과는 결이 달랐고, 실무적인 질문이 많았습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메인이벤트에서 더 구체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전반적으로 한국 시장 이해도가 올라간 인상이었고, 특히 최근 빗썸 관련 이슈를 알고 있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단순 가십으로 소비하는 정도가 아니라, 파급효과나 규제 방향성까지 묻는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업비트 상장 프리미엄과 상장 기준의 엄격함도 이미 깔린 전제로 다뤄졌습니다. 한국 진입은 많은 팀에게 여전히 기본 과제처럼 보이지만, 시장이 조용한 지금은 당장 들어가기보다는 정책·규제 시그널을 먼저 확인하려는 흐름이 강해진 것도 체감했습니다. 한국 정부 스탠스가 어떻게 정리되는지를 묻는 질문이 자주 나왔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컨센서스 홍콩은 시장 분위기가 행사 구성과 참가자 성격에 그대로 반영된 행사였습니다. 프로젝트 팀 중심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 비중이 높았고, 대화도 빌딩보다는 세일즈와 BD가 많았습니다. 전통적으로 자금력이 탄탄한 재단·플랫폼이 전면에 있었고, Web3 네이티브보다 Web2 기반의 대형 기관과 자금력 있는 플레이어들이 더 많이 보였습니다. 작년처럼 레귤레이션 자체가 중심 화두로 올라오는 분위기도 아니었습니다. 규제는 어느 정도 정리된 전제 위에서, 토큰화와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사용 사례를 어떻게 확장할지가 더 많이 논의됐습니다. 프로젝트들이 제도권 프레임 안에서 움직이는 비중이 커지면서, Web3 특유의 실험적인 에너지는 확실히 옅어졌습니다. 예전에는 행사장 어딘가에 소수라도 독특한 팀이 눈에 띄곤 했는데, 올해는 그런 장면이 많지 않았습니다.
4) 현장에서 들은 2026년 전망: 결국은 체력과 실행
행사 마지막에는 현장에서 만난 업계 리더와 빌더들의 관점이 인상적으로 남았습니다. 서로 다른 포지션에서 비슷한 결론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폴카닷 생태계 개발자 Tommy는 시장의 변동성은 늘 반복된다는 점을 전제로, 중요한 건 장기 비전과 회복탄력성이라고 말했습니다. 가격이 흔들려도 기술은 매년 발전하고 있고, 결국 롱텀 관점에서 빌딩을 이어가는 팀이 남는다는 시각이었습니다.

써틱 공동 창립자 Ronghui Gu는 비트코인 가격을 포함한 단기 시장 환경은 좋지 않지만, 규제 프레임워크가 명확해지면서 전통 금융권 기관의 유입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봤습니다. 그리고 한국 시장을 산업 전체에서 중요한 시장으로 짚었습니다. 써틱이 작년 말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본격 진출한 것도 같은 판단의 연장선으로 들렸습니다.

모카 네트워크 BD Jaclyn은 지금 시장이 매우 힘들고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인정하면서도, 반등을 믿는다고 했습니다. 단순히 가격 상승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지금의 분위기를 끊어낼 새로운 변화가 올해 등장하길 기대한다고 했고, 그 변화가 한국 시장에서 나오기를 낙관적으로 바라봤습니다. 모카 네트워크가 2024년 11월 SK플래닛과 파트너십을 맺고, 2025년 10월 포인트 크레덴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OK캐쉬백과 실질적인 기술 협력을 이어온 사례도 그 근거로 언급했습니다.
세 사람의 톤은 달랐지만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변동성은 피할 수 없고, 자금은 보수적으로 움직이며, 그럴수록 기술과 실행의 지속성이 중요해집니다. 동시에 제도권의 유입은 느리더라도 구조적으로 진행되는 흐름이고, 한국은 여전히 중요한 타겟 시장이며 때로는 변화가 먼저 관찰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올해 컨센서스 홍콩에서 관찰된 장면들이 단순한 행사 분위기가 아니라, 2026년 시장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단서였다고 느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리하면, 올해 컨센서스 홍콩에서 느낀 시장은 화려함보다는 기업들의 남은 체력과 실제 실행을 기준으로 재정렬되고 있었습니다. 단기 가격이나 유행 메타가 아니라, 실제로 살아남기 위한 구조를 만들고, 시장이 요구하는 사용 사례를 붙이며, 장기적으로 빌딩을 이어가는 팀이 어디인지가 더 중요해진 분위기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무대로 남아 있었고, 이제는 관심의 방식도 더 실무적이고 구체적으로 변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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