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AMA, 암호학의 성배는 무너졌나
엑시리스트(Exilist)
2026.02.23 21:10:43
아즈텍이 업비트 원화마켓에 상장된 것은, 국내 대형 거래소가 프라이버시 인프라 섹터를 이례적으로 정면으로 채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업비트는 2026년 2월 19일 공지 이후, 2월 20일 16:30(KST)에 AZTEC 거래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이 사례를 보면, 자연스럽게 결이 비슷한 프라이버시 프로젝트로 Zama가 비교 대상으로 떠오르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https://upbit.com/service_center/notice?id=6025&view=share>
다만 Zama는 내러티브가 강한 기술과 실사용 가능한 인프라 사이에서, 가장 냉정하게 검증받아야 하는 유형의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카일 사마니가 멀티코인캐피탈에서 일선 운영을 내려놓으면서도 Zama 이사회에는 남겠다고 밝힌 대목이, 논쟁과 관심을 동시에 키웠습니다.
이 글은 Zama가 장기 인프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지를 가능한 한 실무 관점에서 분해해보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1. 업비트의 아즈텍 상장: 왜 이례적으로 보이나요
국내 거래소가 프라이버시 자산을 다루는 방식은 대체로 보수적이었습니다. 규제 리스크(자금세탁 우려), 거래소 내부 심사 기준(추적 가능성·컴플라이언스), 그리고 국내 개인투자자 수요(서사 대비 실사용 지표의 빈약함)가 동시에 걸리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업비트가 아즈텍을 KRW·BTC·USDT 동시 마켓으로 열었다는 것은, 최소한 아래 두 가지 판단이 내부적으로 성립했다고 보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a) 프라이버시를 익명 송금 코인이 아니라, 이더리움 상의 애플리케이션 레이어(프라이버시 L2)로 분류했다는 판단
b) 향후 기관·기업의 온체인 수요에서 프라이버시를 배제하기 어렵다는 흐름을 거래소도 의식하기 시작했다는 현실적 판단
아즈텍은 2022년 12월 a16z 주도 시리즈B로 1억 달러를 유치했고, 개발자 문서에서도 이더리움 상의 프라이버시 L2로서 private/public 상태와 실행을 함께 다루는 구조를 명확히 내세웁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 세일 관련 이슈도 업계에서 크게 다뤄졌습니다.
이처럼 프라이버시 인프라가 거래소 상장 테이블 위로 올라왔다면, 다음 비교 축은 ZK 기반(아즈텍)과 FHE 기반(Zama)으로 자연스럽게 나뉘게 됩니다.
2. Zama와 FHE: 혁신인가, 아니면 거대한 장난감인가?
2026년 2월, 암호화폐 시장은 기술적 완성도와 상업적 성과 사이에서 유례없는 괴리를 목격하고 있습니다. 완전 동형 암호(Fully Homomorphic Encryption, 이하 FHE)의 선구자로 불리는 Zama는 2월 2일 토큰 발행(TGE)을 진행했지만, 상장 초기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습니다. 프라이빗 라운드에서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지위에 올랐던 Zama는, 공개 시장에서 완전 희석 가치(FDV) 2억 달러 내외로 거래되며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습니다.
이는 멀티코인캐피탈을 비롯한 초기 투자자들이 제시했던 ‘암호학의 성배’라는 내러티브가,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비싼 장난감’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특히 멀티코인의 공동 창립자 카일 사마니(Kyle Samani)가 매니징 파트너 직을 사임하면서도 Zama 이사회 직위는 유지한 채 AI와 로보틱스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사실은, 이 기술이 Web3를 넘어 더 큰 시장을 조준하고 있다는 전략적 신호이자, 동시에 기존 암호화폐 생태계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난해한 자산임을 보여주는 양면적 지표로 읽힙니다.
1) 밸류에이션의 배신

<https://www.rootdata.com/Projects/detail/Zama?k=ODE1NA%3D%3D>
Zama가 시리즈 A에서 10억 달러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았음에도, 현재 시장에서 2억 달러 FDV로 거래된다는 것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의미합니다. 기관 투자자들의 엑싯 물량을 받아줄 개인 투자자가 부족하거나, 기술의 실현 가능성에 사실상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는 해석입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보안은 기본적으로 공격 비용이 공격 이익보다 커야 한다는 원리에 기댑니다. FDV 2억 달러 수준의 네트워크에서 스테이킹된 자산 가치는 보안을 담보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만약 거대 자본이나 국가 단위 공격자가 네트워크를 교란하는 비용이 수천만 달러 선으로 떨어진다면, 어느 기업이 핵심 기밀 데이터를 이 네트워크에 맡길 유인이 약해집니다.
여기에 ZAMA 토큰이 연산을 위한 ‘연료’로 쓰인다는 설계는, 상황에 따라 장점이 아니라 약점이 될 수 있습니다. Zama는 Burn-and-Mint(소각 및 발행) 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네트워크 사용료를 토큰으로 지불하면 전량 소각되고, 노드에게는 신규 토큰이 발행됩니다. 문제는 낮은 시가총액이 곧 보안 예산 부족으로 직결된다는 점입니다. 시가총액이 작을수록 네트워크 장악 비용이 낮아지고, 이는 기밀 데이터를 맡겨야 하는 엔터프라이즈급 AI 기업들에게 치명적인 불안 요소가 됩니다. 결국 “기술은 훌륭한데, 그 기술을 지탱할 경제적 덩치가 너무 작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또한 토큰 설계 측면에서도 몇 가지 구조적 리스크가 겹칩니다.
a) 가치 포착의 역설: 연산 효율이 개선될수록 동일한 계산에 필요한 토큰 소모가 줄어, 기술 발전이 곧 토큰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b) 가스비 변동성: AI 연산은 자원 소모가 큰데, 토큰 가격이 급등하면 서비스 이용료 예측이 어려워집니다. 기업은 변동성이 큰 토큰 기반 인프라보다 고정 비용의 클라우드 모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https://dropstab.com/coins/zama/vesting>
여기에 멀티코인캐피탈 같은 대형 VC 참여는 양날의 검입니다. 현재 FDV 구간이 VC에게도 손해인 것은 맞지만, 이들의 물량이 장기간 매도 압력으로 작용할 경우 가격 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고, 최악에는 회복 불능의 하락 압력을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2) 기술적으로 진짜 쓸 만한가?

<Confidential Computing on NVIDIA H100 GPUs for Secure and Trustworthy AI>
FHE 지지자들은 성능이 수천 배 개선되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절대적 지연 시간(Latency) 기준으로 보면, 일반적인 평문 연산 대비 FHE 연산은 여전히 수만 배 느릴 수 있습니다. 이를 극단적으로 적용하면, 평문 환경에서 1초 내에 끝나는 처리를 FHE 기반 환경에서는 몇 시간 단위로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핵심이 실시간성과 자율성이라면, FHE는 이 흐름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속도 문제는 ASIC(전용 칩)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다만 ASIC 개발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요구합니다. 현재와 같은 시가총액 규모에서, 엔비디아나 TSMC 같은 대형 플레이어가 전용 칩 개발 라인을 우선 배정해줄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결국 소프트웨어 최적화만으로는 넘기 어려운 물리적 한계가 남습니다.
반면 시장은 ‘완벽하지만 느린’ 해법보다 ‘충분히 안전하고 훨씬 빠른’ 대안으로 기울어져 있습니다.
a) TEE(Trusted Execution Environment): 엔비디아 H100/B200 등은 하드웨어 수준의 기밀 컴퓨팅을 지원합니다. 중앙화 리스크(하드웨어 제조사를 신뢰해야 함)는 존재하지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완전한 탈중앙 프라이버시보다 속도와 비용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TEE는 평문 대비 성능 저하가 1.1~1.5배 수준에 그치는 반면, FHE는 수만 배의 연산 자원을 요구하며, 현재 처리량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b) MPC(Multi-Party Computation): 데이터를 분산해 여러 주체가 나누어 계산하는 MPC는 이미 상용화 단계에 근접해 있습니다. FHE가 이론적 완성도를 쌓는 동안, 실무는 MPC나 ZK를 조합해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Zama는 “가장 완벽하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도구”가 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AI 에이전트 생태계의 핵심은 상호운용성입니다. 그러나 FHE는 데이터를 암호화된 상태로 ‘닫힌 상자’ 안에 두는 방식이라,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비용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습니다.
a) 컴포저빌리티(Composability)의 훼손: 에이전트 A의 결과가 에이전트 B의 입력이 되는 연쇄 구조에서, 모든 단계에 FHE를 적용하면 연산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b) 비용의 비합리성: 대부분의 사용자는 프라이버시를 위해 100배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편의성과 비용 절감을 위해 개인정보를 넘겨온 역사적 선택을 감안하면, FHE 기반의 고비용 구조는 극소수 니치 시장으로 수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3. 카일 사마니의 퇴장에 대한 냉소적 해석

카일 사마니의 퇴장은 단순한 인사 변동 이상의 함의를 갖습니다. 그는 사임 직전(현재는 삭제된) 트윗을 통해 Web3와 dApp의 비전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남기며 논란을 키웠습니다. 사마니는 블록체인을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이 아니라, 단순한 자산 원장(Asset Ledger)으로 재정의했습니다. 이는 온체인 게임이나 소셜 같은 기존 Web3 담론이 현실에서 성과를 만들지 못했다는 인정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는 이러한 회의론의 예외로 솔라나(Solana)와 Zama를 언급했습니다.
사마니가 멀티코인의 일상 운영에서는 물러나면서도 Zama 이사회 직위를 유지한 이유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그가 보는 미래의 핵심 전장은 Web3가 아니라 AI·로보틱스·장수 기술(Longevity)이며, 이 영역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개인 데이터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학적 도구로 FHE를 지목한 것입니다. 이는 Zama를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아니라 AI 시대의 보안 인프라로 재배치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물론 이를 최후의 승부수로 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이미 물린 대형 포트폴리오에 대한 마지막 심폐소생술로 읽힐 여지도 있습니다. 멀티코인캐피탈은 과거에도 특정 프로젝트에 대한 과도한 편중으로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습니다. 사마니의 발언이 투자자로서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려는 확증 편향의 결과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이사회 잔류가 책임감이라기보다, 탈출 전략을 짜기 위한 고육지책일 수 있다는 냉소도 나옵니다.
어쩌면 사마니가 Zama를 높게 평가한 이유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기술적 미학에 더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그는 종종 압도적 성능과 기술적 난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워 큰 내러티브를 만들곤 했지만, 그가 밀었던 내러티브들이 무너진 선례 역시 적지 않았습니다. Zama 또한 FHE라는 난해한 기술을 앞세워, 과거와 비슷한 방식의 내러티브 빌딩을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가 업계를 떠나며 Zama를 언급한 것은, 대형 포트폴리오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마지막 저항으로도 읽힙니다.
사마니는 AI 에이전트가 자율적으로 금융 활동을 수행하는 시대에, 누구도 들여다볼 수 없는 연산 레이어가 필요하다고 믿는 듯합니다. 그의 사임은 오히려 특정 기술에 더 깊이 몰입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만 과거 Serum이나 EOS 등에서 보였던 실패 사례처럼, 기술적 심미안이 시장의 경제적 논리를 끝까지 이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4K 영상을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1990년대, 64kbps 전화선 모뎀이 표준이던 시절에 전 세계 모든 영화를 인터넷으로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면, 비웃음을 샀을 가능성이 큽니다. 당시의 대역폭으로는 사진 한 장을 띄우는 데도 수 초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Zama가 주도하는 완전 동형 암호(FHE) 기술이 처한 상황도 유사합니다. 평문 대비 수만 배 느린 연산 속도, 20~30 수준에 머무는 TPS는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 지표만으로 FHE의 미래를 단정하는 것은, 모뎀 속도를 보고 스트리밍 산업의 종말을 예언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Zama는 인프라의 한계를 기술적 도약으로 돌파하겠다는 로드맵을 비교적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https://www.zama.org/>
1) Zama의 3단계 정면 돌파 로드맵
1단계: 알고리즘 최적화(Software Optimization)
Zama는 TFHE-rs 라이브러리와 Concrete 컴파일러를 중심으로 FHE 연산 효율을 개선해왔습니다. 2025년에도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특정 연산에서 10~20배 수준의 성능 향상이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과거 영지식 증명(ZK)이 증명 생성 시간을 분 단위에서 밀리초 단위로 줄여온 궤적과 유사한 방향입니다.
2단계: 하드웨어 가속(ASIC/FPGA Acceleration)
비트코인 채굴이 CPU에서 ASIC으로 옮겨가며 연산력이 폭발했듯, FHE 역시 전용 하드웨어의 등장을 전제로 합니다. Zama는 2027~2028년을 목표로 FHE 전용 ASIC 개발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드웨어 가속이 현실화될 경우, 현재 병목이 크게 줄며 처리량이 도약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3단계: 하이브리드 아키텍처(FHE + MPC + ZK)
Zama는 FHE 단일 기술에만 기대지 않고, 연산은 FHE로 처리하되 키 관리는 MPC로, 입력값 유효성은 ZK로 검증하는 하이브리드 구성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연산 부하를 외부 코프로세서로 분산하는 fhEVM 구조는, 메인넷 부담을 줄이면서도 보안을 유지하려는 현실적인 엔지니어링 접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이미 작동하고 있는 생태계: 오픈제플린과 잭팟 옥션
Zama의 비전은 일부 사례에서 이미 실험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a) 오픈제플린(OpenZeppelin): 스마트 컨트랙트 보안 분야에서 사실상 표준으로 여겨지는 오픈제플린은 Zama와 함께 ERC-7984(기밀 토큰 표준)를 추진했습니다. 개발자는 복잡한 암호학 구현 없이도, 라이브러리 호출 중심으로 기밀 토큰을 다룰 수 있는 방향성이 제시됩니다.
b) 실사례: 2026년 1월, Zama는 자체 토큰 경매에서 11,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서로의 입찰가를 알 수 없는 상태로 참여하는 기밀 온체인 옥션을 수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샌드위치 공격이나 프런트러닝 같은 문제를 구조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금융 실험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5. 결론
결론적으로 Zama의 현재 시장 평가는 좋지 않습니다. 상장 이후 가격과 밸류에이션이 기대를 따라가지 못했고, 이 상태가 길어질수록 네트워크 보안 예산과 생태계 신뢰가 같이 약해지는 구조입니다. 이 지점에서 시장이 냉정해지는 것도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다만 이 평가가 곧 FHE 자체의 한계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Zama가 보여주려는 방향은 명확합니다.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연산을 수행하겠다는 목표를 암호학적으로 가장 강하게 달성하는 쪽이 FHE입니다. 같은 기밀 연산 문제를 풀더라도, TEE와 MPC는 현실적인 성능과 운영을 위해 가정을 일부 받아들이는 방식이고, FHE는 그 가정을 최소화하려는 방식입니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만 보면 FHE가 더 완전한 해법에 가깝습니다.
사례를 보면, Zama는 단순히 백서 수준의 주장에 머물지 않고 “작동하는 데모”를 시장에 내놓는 쪽을 택했습니다. 2026년 1월에 진행된 Zama 공개 경매는 봉인 입찰 더치옥션을 FHE로 구현했고, 11,000명 이상의 참여자와 약 24,700건의 입찰이 있었다고 공개했습니다. 이 경매는 프런트러닝이나 샌드위치 같은 시장 구조 문제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FHE가 단지 연구실 기술이 아니라는 걸 보여준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표준화와 개발자 채택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습니다. 오픈제플린 문서에서 ERC-7984를 기밀 토큰 표준으로 설명하고 있고, Zama fhEVM 코프로세서를 활용해 암호화된 값(핸들) 기반으로 잔고와 전송을 다루는 형태를 제시합니다. 이 흐름이 의미 있는 이유는, 엔터프라이즈 채택에서 가장 큰 장벽이 “개발자가 쉽게 쓰느냐”인데, 표준과 라이브러리 레벨로 내려오면 도입 비용이 급격히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기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채택이 막히는 구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TEE와 MPC가 지금 강한 이유도 분명합니다. 특히 TEE는 이미 AI 인프라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H100에서 기밀 컴퓨팅을 지원한다고 공개했고, CPU TEE와 함께 GPU에서도 보호·격리·어테스테이션을 제공하는 방향을 설명합니다. 즉, 기업 입장에서는 기존 클라우드 운영 모델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도 기밀 연산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선택지가 이미 존재합니다. 그래서 단기적으로는 TEE가 더 빨리 확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기술적 완성도보다 산업이 감당 가능한 비용과 속도로 내려오냐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FHE의 병목은 속도와 리소스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기업은 계속 TEE나 MPC를 고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만약 해결된다면, 판이 바뀔 여지가 큽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민감 데이터 산업에서 최종적으로 원하는 것은 타협된 보안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노출 가능성이 낮은 보안이기 때문입니다. 의료 데이터, 금융 모델, 개인 식별 정보처럼 한번 새면 끝인 데이터일수록 이 요구는 더 강해집니다.
또 하나의 현실적인 관찰이 있습니다. 2026년 2월 업비트가 아즈텍을 원화·BTC·USDT 동시 마켓으로 상장한 건, 국내 대형 거래소가 프라이버시를 인프라 카테고리로 테이블 위에 올렸다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간 '다크코인' 규제로 조심스러웠던 국내 거래소가 대형 VC들의 지지를 받는 '기밀 컴퓨팅(Confidential Computing)' 기술에는 문을 열기 시작한 중요한 순간입니다. 이는 Zama에도 국내 유동성에 노출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Zama의 현재는 냉정합니다. 하지만 FHE의 기술 논리는 여전히 강합니다. 로드맵이 실제로 속도와 리소스 문제를 해결해 산업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내려온다면, TEE와 MPC보다 더 넓은 채택을 받을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결국 관건은 기술의 방향이 아니라, 그 기술을 현실의 속도와 비용으로 끌어내리는 실행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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