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19-25) 매크로/크립토 주간 인사이트
엑시리스트(Exilist)
2026.03.25 16:52:55
최근 7일 시장을 움직인 가장 큰 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중동 전쟁이 만든 에너지 쇼크이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빨라진 크립토 제도화입니다.
앞의 축은 단기적으로 금리와 유동성을 조이는 변수이고, 뒤의 축은 중장기적으로 크립토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변수입니다. 그래서 이번 주는 표면적으로는 유가·환율·금리 뉴스가 더 커 보였지만, 그 밑에서는 크립토 시장의 제도권 편입 속도도 분명히 빨라진 한 주였습니다.
먼저 사건의 출발점부터 봐야 합니다. 이번 주 시장은 중동 뉴스를 단순한 지정학 이벤트로 보지 않았습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와 LNG 흐름이 실제로 흔들릴 수 있는가, 그게 핵심이었습니다.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에너지 흐름이 크게 차질을 빚었고, 국제유가는 한때 급등했습니다. 3월 25일에는 미국의 휴전 제안 보도로 브렌트유가 다시 100달러 안팎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즉 시장은 “전쟁이 끝났나”보다 “에너지 공급 충격이 얼마나 오래 가나”를 보고 있는 겁니다.
왜 이게 중요하냐면, 유가는 그냥 기름값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유가 상승은 물가 기대를 다시 자극하고, 물가 기대는 중앙은행의 금리 경로를 바꾸고, 그 금리 경로가 위험자산의 밸류에이션을 다시 눌러버립니다. 쉽게 말하면, 시장은 단순히 전쟁 이슈가 아니라 그 뉴스가 금리 인하의 시점을 얼마나 뒤로 미루는지를 계산하고 있는 겁니다. IMF도 에너지 가격이 10% 오르고 그 수준이 1년가량 지속되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약 0.4%포인트 오르고 성장률은 0.1~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주의 긴장은 바로 이 2차 효과, 즉 2차 물가 전이에 대한 공포였습니다.
그래서 각 국의 중앙은행들은 동시에 비슷한 톤을 냈습니다. 연준은 3월 18일 금리를 동결했지만, 시장은 이를 비둘기파 동결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점도표상 올해 한 차례 인하 가능성은 남겼지만, 발표 직후 S&P500이 1.4% 하락하고 2년물 금리가 10bp 오른 건 시장이 “인하는 있어도 훨씬 늦다”로 해석했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마이클 바 이사는 3월 24일 “인플레이션이 2%로 지속적으로 내려간다는 증거를 보기 전까지는 금리를 한동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그 해석을 다시 확인해줬습니다.
유럽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ECB는 3월 19일 2026년 물가 전망을 1.9%에서 2.6%로 올렸고, 전쟁이 길어지면 물가가 더 높고 성장은 더 낮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숫자 하나가 아니라 태도 변화입니다. 2022년 에너지 쇼크 때는 중앙은행이 물가의 2차 전이를 뒤늦게 봤는데, 이번에는 훨씬 빨리 경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ECB의 슬레이펀은 이번 에너지 충격이 2022년보다 더 빨리 경제 전반에 번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로존 3월 합성 PMI도 50.5까지 내려와 사실상 성장 정체에 가까운 수준을 보여줬습니다. 성장은 둔해지는데 물가는 다시 올라가는, 가장 불편한 조합이 시장 앞에 놓인 겁니다.
영국과 일본까지 보면 이 그림은 더 선명해집니다. 영국은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3.3%에서 5.4%로 뛰었고, BOE의 휴 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인플레이션 대응을 미루는 핑계가 되어선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일본은행도 금리를 0.75%로 동결했지만, 우에다 총재는 성장에 일시적 하방 압력이 와도 기조 물가가 흔들리지 않으면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즉 이번 주 핵심은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못 내리는 수준”을 넘어, 상황에 따라 오히려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까지 시장이 듣기 시작했다는 데 있습니다.
이 흐름은 환율과 자금 이동에도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아시아 증시에서는 3월 들어 외국인 자금이 504억달러 넘게 빠져나가 2008년 이후 최대 월간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고, 한국에서도 135억달러 규모의 순유출이 집계됐습니다. 한국·대만·인도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 특히 취약했습니다. 이걸 이해하려면 간단합니다. 유가가 오르면 무역수지와 물가가 같이 흔들리고, 그러면 외국인은 환율 리스크와 주식 리스크를 동시에 줄입니다. 한국 시장을 볼 때도 코스피 숫자만 보지 말고, 유가와 원화, 외국인 수급을 같이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여기서 크립토로 넘어오면, 실제로 주요 중앙은행 회의가 이어진 3월 19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각각 하락했습니다. 이건 “전쟁이라서 비트코인이 무조건 오른다”는 단순한 안전자산 서사가 잘 맞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희소자산 서사가 있지만,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달러 유동성, 실질금리, 위험자산 심리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의 크립토 해석은 유가를 직접 붙이는 것보다, 유가가 연준과 BOJ, ECB를 얼마나 덜 완화적으로 만들었는가를 보는 게 맞습니다.
다만 이번 주를 단순한 거시 악재 주간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제도화였습니다. SEC는 3월 17일 크립토 자산을 디지털 상품, 디지털 수집품, 디지털 도구,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증권으로 나누는 해석 지침을 내놨고, 연방 증권법은 디지털 증권에 적용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동시에 비증권 크립토 자산도 판매·홍보 방식에 따라 투자계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고, 에어드롭·프로토콜 마이닝·프로토콜 스테이킹·래핑에도 해석을 제시했습니다. 이건 가격 호재라기보다 시장 구조 뉴스입니다. 미국 규제가 “일단 다 단속”에서 “분류해서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토큰화도 이번 주에는 한 단계 더 올라섰습니다. 나스닥은 SEC 승인으로 일부 러셀1000 종목과 주요 지수 ETF를 전통 주식 또는 토큰화된 형태로 거래·결제할 수 있게 됐고, 곧이어 NYSE도 Securitize와 손잡고 토큰화 증권 인프라 구축에 나섰습니다. 이건 코인 시장 내부 이슈가 아니라, 월가가 블록체인을 결제·보관·이전 인프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제는 “크립토가 제도권에 들어갈 수 있느냐”가 아니라 “제도권이 블록체인을 얼마나 빨리 자기 시스템 안에 집어넣느냐”의 문제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 변화는 가격에는 당장 반영되는 뉴스는 아닐지라도, 훨씬 본질적이며 시장 자체의 장기적인 영향은 훨씬 오래 갑니다.
스테이블코인 쪽에서는 또 다른 본질적인 싸움이 진행 중입니다. 핵심은 단순합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 수단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예금 대체재처럼 행동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원래 1월 공개된 상원 초안은 단순 보유에 대한 이자 지급은 막되, 결제나 로열티 같은 특정 활동에 대한 보상은 일부 허용하는 구조였는데, 이후 협상이 꼬이면서 3월 들어 다시 교착 상태에 빠졌습니다. 은행권은 이런 보상 구조가 예금 이탈을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고, 실제로 코인베이스는 일정 조건을 충족한 USDC 보유자에게 연 3.5%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왔기 때문에 이 쟁점에 특히 민감합니다. 이번 주에는 이 논쟁이 말 그대로 시장 가격으로 드러났습니다. 미 의회의 최신 문안이 스테이블코인 잔액에 붙는 보상·리워드를 더 엄격히 제한하는 방향으로 읽히면서 써클은 장중 18~20%, 코인베이스는 8~10% 안팎 급락했습니다.

한편 Tether의 3월 24일 빅4 회계법인 정식 감사 계약 발표도 의미가 큽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기술보다 신뢰가 먼저입니다. 준비금이 정말 안전한지, 회계적으로 얼마나 투명한지가 흔들리면 가격보다 유동성 시스템이 먼저 흔들립니다. Tether는 이번 발표에서 첫 독립 재무제표 감사를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여기서도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감사 착수와 감사 완료는 다릅니다. 하지만 시장이 수년간 요구해온 가장 큰 신뢰 변수 하나가 이제 실제 절차로 들어갔다는 점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정리하면, 이번 주는 위험자산에 불리한 뉴스와 크립토 산업에 유리한 뉴스가 동시에 나온 보기 드문 주였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중동 변수와 유가, 그리고 그에 따른 중앙은행 경로 재조정이 시장을 더 세게 흔들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중장기적으로는 SEC의 분류 체계, 토큰화 인프라 진전, 스테이블코인 제도 논쟁, 준비금 투명성 강화가 크립토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비트코인이 오늘 오르냐 내리냐”보다 세 가지를 같이 보셔야 합니다. 첫째, 유가가 다시 뛰는지. 둘째, 그 유가가 실제로 기대인플레이션과 금리 경로를 더 매파적으로 돌리는지. 셋째, 미국의 제도화가 가격보다 산업 구조를 얼마나 빨리 바꾸는지입니다. 현재 시장은 이 세 변수의 교차점 위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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