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의 기업공개를 앞두고 유럽 자산운용업계에서는 이 회사 주식이 지속가능 투자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놓고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 최대급 상장이 예상되는 대형 종목이지만, 유럽연합의 공시 규정이 요구하는 지배구조 기준에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투자 가능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파이낸셜타임스가 1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논란의 중심에는 2021년 유럽연합이 도입한 지속 가능 금융 공시 규정, 즉 에스에프디아르(SFDR)가 있다. 이 규정은 펀드가 투자 대상을 고를 때 환경과 사회적 책임뿐 아니라 건전한 지배구조까지 함께 따지도록 요구한다. 운용사는 기업의 경영 방식, 직원과의 관계, 보수 체계, 세금 준수 여부 등을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는지도 공개해야 한다. 유럽 대륙에서 약 6조 유로 규모 자산의 절반 이상을 굴리는 펀드들이 이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스페이스엑스 편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시장에서는 스페이스엑스의 지배구조를 가장 큰 걸림돌로 보고 있다. 한 유럽 대형 자산운용사 임원은 스페이스엑스가 좋은 거버넌스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에스에프디아르를 충실히 따르려는 많은 유럽 펀드가 이 주식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버딘의 지속가능성 책임자 스튜어트 리딕도 ESG 평가기관들이 통상 적용하는 거버넌스 잣대로 보면 스페이스엑스는 최하위권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주주 권리 제한, 내부자 중심의 통제 구조, 잠재적 이해 충돌, 이사회의 독립성 부족, 보수 감독 미비 같은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모든 투자자가 같은 기준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에이비엔 암로 인베스트먼트 솔루션의 최고투자책임자 크리스토프 부셰는 고객마다 거버넌스 규칙을 바라보는 강도가 다르고, 실제 투자 규칙도 생각만큼 경직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 유럽 금융시장에서 ESG 투자 피로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또 다른 기업인 테슬라는 여러 유럽 ESG 펀드가 여전히 보유하고 있어, 제도상 기준과 실제 운용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결국 이번 논쟁은 스페이스엑스 한 종목의 편입 여부를 넘어, 유럽 자산운용업계가 수익성과 지속가능성 기준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를 드러내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상장 시점이 다가올수록 대형 성장주의 매력과 규제 준수 부담이 정면으로 부딪힐 가능성이 크며,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유럽 ESG 펀드의 투자 원칙이 얼마나 엄격하게 유지될지 가늠하는 시험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