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올해 한국 증시에서 90조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는데도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보유 비중은 오히려 높아지는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초부터 5월 1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1조12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코스피가 이른바 ‘7천피’를 달성한 직후인 5월 7일부터 19일까지 9거래일 연속으로 41조2641억원을 순매도해 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통상 이 정도 규모의 순매도가 이어지면 외국인 지분율도 함께 낮아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에는 반대 현상이 벌어졌다.
실제로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기준 보유 비중은 지난해 말 36.28%에서 5월 19일 39.43%로 3.15%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초 38.17%와 비교해도 1.26%포인트 높다. 이는 외국인이 시장 전반에서 주식을 줄이면서도, 인공지능과 메모리 반도체처럼 주가 상승을 주도한 핵심 종목은 상대적으로 유지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다시 말해 외국인이 덜 중요한 종목은 팔고, 시가총액 증가 속도가 빠른 주도주는 들고 가면서 전체 포트폴리오의 가치가 오히려 불어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단순한 ‘셀코리아’로만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경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연초 수준인 36% 안팎의 지분율을 그대로 유지하려 했다면 올해 순매도 규모가 230조원 수준까지 커졌어야 한다고 봤다. 현재 90조원가량의 순매도만으로 지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이 한국 주식 비중 확대를 완전히 거부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지수 급등 속도가 워낙 빨라 외국인의 비중 조절이 이를 따라가지 못했을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시장을 떠받친 쪽은 개인투자자였다. 개인은 현물과 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외국인 매물을 대부분 받아내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고, 코스피는 5월 15일 장중 처음으로 8,000선을 넘기도 했다. 그러나 개인 중심의 매수세가 장기간 이어지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한 부담이다. 개인 자금은 신용융자 같은 레버리지에 기대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주가가 흔들리면 반대매매 압력으로 되돌아올 수 있어서다. 시장이 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외국인과 기관의 실질적인 매수 전환, 반도체 외 업종으로의 실적 개선 확산, 변동성 지수인 브이코스피의 안정이 함께 나타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향후 관건은 외국인 수급이 언제 방향을 바꾸느냐다. 증권가에서는 5월 말에서 6월 사이가 변곡점이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즉 엠에스시아이의 5월 정기 리뷰에서 신흥시장 지수 안의 한국 비중이 15.4%에서 21.7%로 높아지면서 패시브 자금(지수를 그대로 따라 투자하는 자금)의 추가 유입 기대가 생겼기 때문이다. 여기에 6월 중순 예정된 엠에스시아이 선진지수 편입 결과도 변수다. 이 같은 흐름은 외국인 매도세가 점차 둔화하거나 일부 종목군을 중심으로 다시 매수세가 유입되는 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