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유통부터 전자여권까지…블록체인 기술, 코로나 극복 돕는다

SciTechDaily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는 지난 1년 간 전 세계 시장과 산업, 일상으로 침투했다. 각국은 봉쇄 정책, 자가 격리, 거리두기, 여행 제한 조치, 마스크 생활화 등 총력을 다했지만 코로나19 확산세는 쉽게 잡히지 않았다.

전 세계가 코로나에 대한 관심과 고민을 공유하는 동안 블록체인 산업도 다양한 대응 방안을 고심했고 큰 타격을 입은 공급망, 일반 결제, 신원인증, 여행 등 여러 부문에 새로운 해결책을 제시했다.

최근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공하고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백신 유통'과 백종 접종 여부를 증명하는 '전자여권'에도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다.

블록체인, 코로나19 백신 유통 모니터링 지원

전 세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개시했다. 백신은 제조사에 따라 효능을 유지할 수 있는 보관과 유통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보관 온도나 운행 경로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특수 유통·보관 체계가 요구된다. 대표적인 코로나 백신 화이자와 모더나의 경우, 유전자 mRNA 기반으로 만들어져 초저온 환경(영하 20~70도)에서만 효능이 유지된다.

이에 전 세계 당국은 초저온 상태로 물품을 보관·운송하는 물류 체계 '콜드체인' 구축에 들어갔다. 초저온 냉동고를 확충하고, 운송 중 실시간 온도를 파악할 수 있는 특수 시스템 구축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한편, 물류 역량 뿐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유통 데이터를 보장할 수 있는 디지털 역량 또한 요구된다.

1일 대형 회계법인 딜로이트 글로벌은 세계경제포럼 설문조사를 인용, 백신을 통한 집단면역에 성공하려면 백신 불신 계층을 설득해야 하며, 유통의 전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는 디지털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WEF는 27개국 2만여 명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무려 26%가 백신 접종을 기피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는 집단 면역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높은 수준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안전하고 투명한 유통 시스템을 구현하고, 백신 신뢰도, 접종 수준에 긍정적인 효과를 더할 수 있는 기술로 검토되고 있다.

영국 보건 당국인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백신 유통 상황을 투명하게 모니터링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채택했다.

지난달 일일 신규 확진자가 6만 명 대에 달했던 영국은 발빠르게 백신 접종에 나선 상황이다. 백신은 통상 1회차 접종을 하고 3~4주 후 2회차 접종을 실시하는 데, 지난달 영국 접종자 수는 400만 명을 넘었다.

영국 당국은 디지털 자산 추적 기업 '에브리웨어'의 센서로 실시간 유통 온도를 확인하고, 헤데라해시그래프의 블록체인 플랫폼에 데이터를 기록한다.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면서 유통망 참여자 간의 효율적인 데이터 공유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다.

당국은 광범위한 도입에 앞서 사우스워릭셔 지역 내 선별 의료기관에 블록체인 솔루션을 우선 제공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달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현재 모더나(2000만), 화이자(1000만), 아스트라제네카(1000만), 얀센(600만) 등 총 5600만 명분을 확보했다. 수도권 의료진을 시작으로 9월까지 전 국민 대상 1차 접종을 마치고, 11월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백신을 실어나를 물류 시스템 확보에도 서두르고 있다. 지난달 21일 질병관리청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콜드체인 지원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실시간 운송 기록·온도 확인 등을 위해 다양한 첨단 기술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데이터 신뢰와 투명성을 더할 블록체인 기술이 접목될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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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 증명하는 전자여권

백신 도입과 접종이 시작되면서, 코로나19 면역 상태를 증명할 수 있는 백신여권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백신여권은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 접종 여부 등 개인 면역 정보를 증명할 수 있는 디지털 증빙이다. 2주 격리 등의 제한 조치를 생략하고, 입국 심사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다.

국가 간 이동 뿐 아니라 출근, 등교, 공연장, 경기장 등 공공 장소 출입 관리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어 일상 복귀를 앞당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로 멈춘 일상, 특히 해외 여행, 관광 등을 안전하게 재개하기 위해 각국 정부, 국제 기구, IT 기업들은 앞다퉈 백신여권을 개발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2차 접종까지 마친 국민이 일주일 후부터 모든 격리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는 '녹색여권'을 발급한다. 싱가포르, 아이슬란드, 필리핀 등이 백신여권 발급을 준비 중이며, 영국, 유럽연합도 도입을 논의 중이다.

올해 6월로 예정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백신여권' 표준화가 다루질 예정이다.

지난달 27일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백신여권 표준을 단일화하면 안전한 여행 재개로 전 세계가 다시 연결되면서 경제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여행 산업이 되살아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백신여권을 개발하는 많은 기업 및 기관들은 디지털 기록에 대한 신뢰성, 프라이버시 침해 등 관련 우려를 덜어내고자 블록체인 기술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데이터 위변조 없이 다자간 정보 공유가 가능할 뿐 아니라, 개인에게 특정 정보를 제공·취하할 수 있는 통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

항공업계의 유엔으로 불리는 국제 항공운송협회(IATA)는 이달 코로나19 검사·백신 접종 상태를 나타내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여권 ‘트래블패스(Travel Pass)’를 선보인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자여권 △비자 △코로나19 검사 및 백신 접종 여부 등 면역 상태를 간편하게 증명할 수 있다. 항공사의 정보 제공 요청에 사용자가 동의하면 해당 정보가 항공사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전 세계 131개국 239개 항공사가 참여하는 IATA는 오는 2월 싱가포르항공, 브리티시항공을 시작으로 3월 카타르항공, 4월 에티하드항공, 에미레이트항공 등에서 트래블패스를 시범 활용하게 된다.

앨런 머레이 하이든 IATA 보안제품 책임자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여행자 안전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면서 "데이터 위조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여행 산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IBM과 세일즈포스(Salesforce)도 개인정보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코로나19 검사 결과와 백신접종 정보를 조회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헬스 패스(IBM Digital Health Pass)'를 공개했다.

암호화된 모바일 월렛 앱에서 개인의 건강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앱에 코로나19 검사 결과, 측정 체온 등 건강 상태 정보를 업로드하고 출입국 시 QR코드 형태로 정보를 증명할 수 있다.

에릭 피시니 IBM왓슨헬스 블록체인 부문 부사장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솔루션을 개발할 때 신뢰와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러한 가치를 충실히 지키면서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기업과 조직들을 도울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세일즈포스 등 IT 기업들은 백신인증이니셔티브(VCI)를 조직, 백신여권을 구글페이 등과 같은 디지털 지갑에 암호화된 디지털 사본으로 저장하는 솔루션을 구축하고 있다.

스위스 비영리 단체 더커먼스 프로젝트는 세계경제포럼(WEF), 록펠러재단과 함께 코로나 면역 상태를 증명할 수 있는 '커먼패스' 앱을 만들었다. 여행 일정을 입력하면 출발지와 도착지의 보건 요구사항도 제공받을 수 있다. 캐세이퍼시픽, 스위스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루프트한자 등 국제 항공사들과 협력하며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