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유럽우주국(ESA)과 손잡고 인공지능 기반 지구 관측 시스템 ‘테라마인드(TerraMind)’를 공개했다. 이 오픈소스 모델은 지구 환경 변화, 기후 위기, 물 부족 등의 글로벌 이슈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도록 고안됐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공개 지리 공간 데이터셋 ‘테라메시(TerraMesh)’ 위에 구축됐다.
테라마인드는 픽셀, 토큰, 시퀀스 등 다양한 유형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대칭 트랜스포머 기반 인코더-디코더’ 아키텍처를 채택했다. 이를 통해 각 입력 방식 간의 상관관계를 학습하고 통합 분석한다. IBM에 따르면 이 모델은 기존 지구 관측용 AI보다 10배 적은 연산 자원으로 작동하며, 확장성까지 확보했다는 평가다.
이 모델의 핵심은 ‘멀티모달’ 기능이다. 기후, 강수량, 토지 이용, 식생, 농업 활동 등의 요소를 하나의 모델 안에서 종합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물 부족 지역 식별 등에서 높은 정확도를 제공한다. 기존에는 각 요소마다 개별 모델을 적용해야 했으나, 테라마인드는 이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종합적인 판단을 제시한다.
IBM 영국 및 아일랜드 연구소장 후안 베르나베-모레노는 “테라마인드는 단순한 컴퓨터 비전 수준을 벗어나, 지구 관측 데이터를 깊이 이해하고 새로운 상황 시나리오까지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SA 측은 “모델이 다양한 데이터 유형을 직관적으로 결합해 맥락 정보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경쟁 모델을 압도하는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ESA가 주도한 PANGEA 벤치마크 평가에서는 토지 덮개 분류, 환경 변화 탐지 등 모든 과제에서 테라마인드가 다른 12개 모델보다 최소 8% 이상 높은 성능을 보였다.
IBM은 이 모델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모달리티 사고(Thinking-in-Modalities, TiM)’라는 새로운 기술도 도입했다. 이는 GPT-4o 같은 대형 언어모델에 활용되는 ‘연쇄 사고(Chain-of-Thought)’ 기법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특정 문제 해결에 유리한 합성 데이터를 스스로 생성해 학습 효율과 정확도를 높인다. 예를 들어 특정 지형 분석 시 더 정밀한 지도를 인공지능이 직접 생성하면서 모델의 전문성을 향상시킨다.
테라마인드는 자연재해 대응, 환경 모니터링, 정밀 농업, 도시 계획, 산림 및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 가능하다. 단기적으로는 홍수 및 산불 예측에도 유효하다는 것이 IBM 측 설명이다.
업계 전문가 홀거 뮐러(Constellation Research)는 “IBM이 900만 개 이상의 데이터 포인트를 기반으로 9개 핵심 모달리티를 통합한 테라마인드는 현존하는 AI 기반 지구 관측 기술 중 가장 완벽한 형태”라며 “이를 오픈소스로 제공한 점도 산업 전반에 긍정적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IBM은 테라마인드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와 IBM 지리 공간 스튜디오에서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고, 향후 재난 대응 등 특화된 버전도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ESA 지구관측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니콜라스 롱제프는 "과학자와 기술 기업, AI 전문가들이 힘을 모은 이번 협업은 우주 기반 데이터를 지구 보호를 위한 실질적 기술로 전환시킨 빛나는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