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생활가전 분야에서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특허 출원이 활발해지고 있다. 특히 에어컨 제품에 인공지능을 접목한 특허가 크게 늘면서 기술 트렌드의 중심축이 점차 변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최근 5년간 인공지능(AI)을 응용한 에어컨 관련 특허는 매년 평균 8.6%의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2024년에는 총 50건이 출원돼, 전년 대비 42.8% 급증했다. 전체 에어컨 특허 193건 가운데 25.9%가 AI 기반 기술이라는 점에서, 관련 기술이 에어컨 시장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출원된 특허 내용을 살펴보면 사용자 맞춤형 기능이 눈에 띈다. 인공지능이 날씨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취침 시간에 자동으로 수면모드로 전환하는 기능, 공간의 용도와 사람 수에 따라 냉방 방향과 세기를 조절하는 기술, 심박수나 체온 등 생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온도·습도·풍속을 개별적으로 최적화하는 기술 등이 대표적이다. 이는 단순한 냉방기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스마트 가전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기업 유형별 특허 출원 동향을 보면, 중소기업이 전체의 41.7%인 83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대학(20.6%), 대기업(18.6%), 연구기관(11.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가전 기술 혁신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중소기업과 학계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생태계 전반에 걸친 기술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 빈도가 높아지는 최근의 기상 환경도 이러한 기술 발전을 자극하는 배경 요인 중 하나다. 특허청 관계자는 앞으로 인공지능이 에어컨 제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 잡을 것이며, 이를 통해 소비자 편의성과 에너지 효율성도 함께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흐름은 에어컨뿐 아니라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다른 가전 분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IoT)의 결합을 통해 생활가전의 스마트화가 가속화되면서, 생활의 패턴과 환경을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반응하는 ‘맞춤형 편의성’이 향후 소비자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