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연구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스타트업 타호 테라퓨틱스(Tahoe Therapeutics)가 최근 3000만 달러(약 432억 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주목받고 있다. 이번 투자는 앰플리파이 파트너스(Amplify Partners)가 주도했으며, 데이터브릭스(Databricks)의 벤처 캐피털 부문 및 여러 기관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라운드를 통해 타호의 기업 가치는 1억 2000만 달러(약 1730억 원)로 상승했다.
타호 테라퓨틱스는 인간 암세포의 행동을 정밀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AI 모델 개발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신약 후보물질이 세포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면, 임상시험 전 단계부터 효과적인 치료법을 선별할 수 있어 연구 효율성과 성공 확률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자체 플랫폼 모자이크(Mosaic)를 통해 인공지능 훈련용 데이터셋을 생성하고 있다. 이 플랫폼은 실험실에서 배양된 암세포 라인을 활용해 데이터 품질을 높인 세포 집단 구성 방식과, 약물 유사 분자를 투여한 뒤 세포 반응을 수집하는 프로토콜을 중심으로 설계됐다. 타호 측은 세포 반응 데이터를 생성하는 데 기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보다 훨씬 더 정밀한 scRNA-seq 기술을 활용해 단일세포 수준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올해 2월 타호는 플랫폼을 이용해 생성한 데이터셋 ‘Tahoe-100M’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 데이터셋은 1억 개 이상의 고정밀 세포 반응 데이터를 포함하며, 실제 실험에서는 1조 4000억 개에 달하는 데이터를 수집한 후, 품질이 가장 높은 데이터만 선별했다고 회사 측은 전했다.
이와 함께 타호는 지난 7월, 자연어를 이용해 데이터셋을 탐색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AI 기반 도구 ‘TahoeDive’도 선보였다. 이 도구는 다중 언어 모델을 활용해 사용자의 질문에 맞는 세포 반응 데이터를 정교하게 필터링하고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새로 유치한 자금은 ‘Tahoe-100M’보다 10배 규모가 큰 차세대 AI 훈련용 데이터셋 구축에 투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타호는 이를 기반으로 암세포 시뮬레이션에 최적화된 AI 모델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니마 알리두스트(Nima Alidoust) 공동창업자이자 CEO는 “Tahoe-100M 개발 과정에서 단일세포 데이터를 생성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고안했다”며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AI 모델이 인간 세포를 이해하고 신약 개발에 실제로 응용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 임상 연구의 실패 확률을 낮추는 데 타호의 기술이 핵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타호는 제약사 혹은 AI 기업과의 협업을 적극 추진해 학습 데이터 확대는 물론, 실제 신약 공동 개발까지 포괄하는 파트너십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사례는 바이오 및 의료 분야에서도 GPT 기술 수준의 혁신이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 AI와 생명과학의 융합이 실제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는 데 있어, 데이터의 규모와 정밀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해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