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23곳, ‘소버린 AI’ 공동개발 착수…국산 AI 주권 확보 나섰다

정부출연 연구기관들이 의료, 제조, 에너지 등 공공 분야를 중심으로 우리 기술 기반의 인공지능 모델, 이른바 '소버린 AI'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는 외국산 인공지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각 기관이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8월 13일 대전 본원에서 ‘국가 공공분야 소버린 AI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행사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23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해 소버린 AI의 개발 방향을 공유하고, 실제 연구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토론회는 ETRI 권오욱 지능정보연구본부장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전략 발표를 시작으로, 각 기관의 특화모델 소개와 전문가 토론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소버린 AI는 해외 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 대신 국내 연구진의 자원과 기술로 만든 국가 자립형 AI를 의미한다. 각 출연연들은 자율주행, 바이오, 철도, 기계, 에너지 등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서 확보한 공공 데이터와 연구 인프라를 활용해 특화된 AI 모델을 기획하고 있다. 예를 들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 분야에,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제조업 AI에 각각 특화한 모델을 개발 중이다. 또 한국전기연구원은 AI 기반 전력 시스템 운영 기술을,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질데이터 기반의 특화 모델을 개발하는 등 각기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ETRI는 자체 개발한 언어·시각 AI 모델과 출연연의 연구 성과를 융합해, 과학자의 사고방식을 학습한 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멀티모달’은 텍스트, 이미지, 음성 등 다양한 형식의 데이터를 함께 처리할 수 있는 기술로, 최근 인공지능의 핵심 영역 중 하나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과학적 문제 해결 과정에서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버린 AI는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국가 전략 자산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유원필 ETRI 인공지능창의연구소장은 이번 협력 추진이 외산 기술과 차별화된 국산 AI의 철학을 구체화하고, 출연연이 국가 정책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공공 데이터의 통합 및 활용 체계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중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인 AI 주권을 갖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실제 산업적 활용까지는 연구개발의 지속성과 인프라 투자가 병행돼야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