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하면서, 우리나라 AI 생태계 조성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AI 반도체와 전환형 기술 개발에 대한 자금 지원이 강화되면서, 관련 스타트업과 연구 분야에 훈풍이 불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8월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정부-이통사 AI 투자협력 선언식’을 열고, 인공지능 분야 투자 확대 및 민관 협력 강화를 공식화했다. 이번 행사는 2002년 이통 3사가 공동 출자해 만든 민간 모펀드 ‘KIF(한국IT펀드)’의 존속 기간이 2040년까지 연장된 것을 계기로 마련됐다. 이어 새로 조성될 자펀드는 AI를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투자 방향을 전환한다는 목표다.
KIF는 이동통신사가 출자한 3천억 원을 토대로 결성된 국가 차원의 정보통신기술(ICT)전용 모펀드다. 지금까지 총 91개의 자펀드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1,669개사에 4조7천억 원이 투입됐다. 이러한 민간 중심의 투자 시스템은 정부 재정이 닿기 어려운 초기 기업 및 신기술 분야의 자금 흐름을 촉진하면서, ICT 산업 전반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KIF는 모펀드에서 1,500억 원을 추가 출자하고, 이를 토대로 총 3천억 원 이상의 신규 자펀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2,400억 원 이상은 AI 핵심 기술, 기반 인프라, 기업의 AI 전환을 촉진하는 영역에 우선 투자된다. 여기에 더해 400억 원 규모의 AI 반도체 전용 펀드, 그리고 ICT 기술 상품화를 지원하는 200억 원 규모의 특화 펀드도 별도로 설계된다.
정부 역시 민간 투자에 보조를 맞추면서, ‘AI 혁신펀드’를 당초보다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행사 전 이통 3사 대표들과의 환담 자리에서, “기존 연간 900억 원 수준으로 계획했던 AI 혁신펀드를 약 3배인 3천억 원 규모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설비 투자 등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등 실질적 정책 지원도 병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발표는 정부와 대기업, 투자사, 스타트업이 AI 산업 생태계 조성의 공동 주체로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각각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장기적 투자의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AI 관련 기술의 국산화, 반도체 산업과의 연계, 글로벌 시장 진출 등 다양한 경제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