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버시 코인 반란… 변동성 장세 속 비트코인·이더리움 추월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에 대한 투자자 선호가 주춤한 사이, 2025년 4분기 암호화폐 시장에선 예상 외의 승자가 등장했다. 바로 개인정보 보호에 특화된 프라이버시 코인들이 조용하지만 강력한 상승세를 기록하며 시장 주도권을 잠시나마 거머쥔 것이다.

프라이버시 코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보다 나은 성과

세계 최대 디지털 자산 운용사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은 최근 발간한 분기 보고서 ‘Crypto Sectors Quarterly: A Preference for Privacy’에서 2025년 4분기 시장 흐름을 조명했다. 보고서는 연말 금융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보다 방어적 특성이 강한 자산으로 이동한 흐름을 보여준다. 특히, 프라이버시 코인을 중심으로 한 ‘커런시(Currencies) 섹터’는 암호화폐 전반이 부진했던 시기에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그레이스케일에 따르면 전 분기까지 시장을 이끌던 비트코인, 이더리움, 솔라나(SOL), 체인링크(LINK) 같은 대형 코인들이 4분기엔 하락세로 전환했다. 그러나 지캐시(ZCash·ZEC), 모네로(Monero·XMR), 대시(Dash·DASH), 디크레드(Decred·DCR), 벨덱스(Beldex·BDX), 베이직어텐션토큰(BAT) 등 프라이버시 중심의 프로젝트들은 상위 20위권에 자주 등장하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사용자 수요·네트워크 성장·트렌드가 상승 주도

보고서는 프라이버시 코인의 강세가 단순한 가격 움직임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 수요 증가와 기술 진화에 기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지캐시는 ‘선택적 은폐 거래’ 기능을 갖추고 있으며, 해당 기능을 활용한 거래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모네로는 스텔스 주소 및 트랜잭션 기밀성 등을 통해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프라이버시 코인 중 하나로 꼽히며, 4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디크레드는 새로운 ‘코인셔플++(Coinshuffle++)’ 프로토콜을 도입해 거버넌스와 익명성 기능을 결합했고, 대시는 일상 결제 플랫폼으로서의 기능을 강화하며 하루 거래량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벨덱스는 익명 메신저, 비공개 브라우징, 개인 간 송금 시스템 등을 제공해 주목을 받았으며, BAT는 브레이브(Brave) 브라우저 사용자가 1억 명을 돌파하며 광고 기반 개인정보 보호 생태계에 힘을 실었다.

변동성 시대에 ‘방어형’ 코인의 부상

그레이스케일은 이 같은 변화가 단순한 일회성 흐름이 아니라, 향후 시장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새로운 투자 테마라고 지적한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규제 및 노출에 민감해진 투자자들 사이에서 프라이버시 테마가 재조명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금융 활동의 정보가 블록체인상에 모두 드러나는 기존 코인들과 달리, 사생활 보호 기능을 갖춘 자산은 변동성 대비 수익률 측면에서 유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향후 프라이버시 코인들이 특정 목적을 가진 ‘실용형 암호화폐’로 포지션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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