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 칩 전면전 돌입…엔비디아 독점 흔드나

구글이 자사가 개발한 인공지능(AI) 전용 반도체의 외부 공급을 본격 확대하면서, 엔비디아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AI 칩 시장의 균열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시장 의존도를 낮추려는 한편, 클라우드 생태계 자체를 넓히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9월 3일(현지시간) 구글이 최근 소규모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들과 접촉해 자사의 AI 칩인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을 데이터 센터에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기존 이들 업체는 대부분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에 의존해 왔다는 점에서 구글의 시도는 시장 점유 구조를 흔들려는 정면 승부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구글은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클라우드기업 플루이드스택과 손잡고, 뉴욕에 위치한 데이터 센터에 TPU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구글은 플루이드스택에 운영비 리스크를 줄여주는 조건을 제안했다. 만약 이 회사가 뉴욕 센터의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최대 32억 달러 규모까지 구글이 보증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업 측에는 대단히 이례적인 수준의 인센티브 제공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위해 엔비디아 전용 데이터 센터를 짓고 있는 크루소(미국의 신흥 데이터 인프라 기업)나, 엔비디아가 투자한 코어위브와 같은 기업과도 비슷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엔비디아 생태계를 겨냥해 유력 고객사들에 대한 정조준 전략에 들어간 셈이다.

현재 구글은 자사 AI 시스템인 ‘제미나이’ 등 여러 프로젝트에 TPU를 적용하고, 자사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기업 고객에게도 관련 칩을 임대하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출시된 6세대 TPU ‘트릴리움’은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대규모 인공지능 추론 업무에 알맞게 설계된 7세대 ‘아이언우드’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하드웨어 기반 기술력 강화는 구글의 AI 산업 내 독자적 영향력을 키우는 핵심 수단이 되고 있다.

TPU는 AI 전용 반도체로서, 딥러닝(심층 학습) 연산에 특화돼 GPU 대비 전력 소비는 낮고 병렬처리 성능은 높은 점이 장점이다. 따라서 AI 시스템의 고도화가 진전될수록 기술적 채택 가능성이 높아지는 방식의 반도체다. 한편 GPU 분야에서는 엔비디아가 상당한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어, 구글은 TPU 기반 생태계 확장 여부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AI 클라우드 시장에서 기술 공급자의 다양성을 높이고, 특정 기업 집중도를 다소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비용 효율성과 독자 기술 기반 확대를 노리는 대형 IT기업 간 주도권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