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컴, 14조 원 AI 칩 수주에 주가 사상 최고치 경신

브로드컴(AVGO)이 새롭게 확보한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 규모의 AI 칩 주문 소식에 힘입어 주가가 시간 외 거래에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같은 호재는 연속적인 시장 예측 초과 실적과 맞물려 투자자 신뢰를 더욱 끌어올렸다. 브로드컴은 이번 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2% 성장한 159억 6,000만 달러(약 22조 9,8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이는 시장 전망치를 소폭 웃돌았다.

순이익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나타났다. 과거 지식재산 이전 관련 세금 비용으로 인해 18억 8,000만 달러(약 2조 7,1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던 전년과 달리, 이번 분기에는 41억 4,000만 달러(약 5조 9,600억 원)의 흑자를 냈다. AI 관련 수요 증가가 실적 반등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후크 탄(Hock Tan) CEO는 “AI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63% 증가했으며, 4분기에도 AI 실적의 가속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향후 분기에 매출이 174억 달러(약 25조 6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며 시장 기대치를 상회하는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이는 연초 이후 브로드컴 주가가 32% 상승하며 시가총액이 1조 4천억 달러(약 2,016조 원)를 돌파한 배경과도 연결된다.

특히 이번에 공개한 신규 AI 칩 수주가 투심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회사는 기존 세 곳의 클라우드 고객 외에 네 번째 대형 고객으로부터 XPUs라 불리는 맞춤형 AI 칩 주문을 대량 확보했다. 해당 계약은 2026년부터 본격 출하되며, 브로드컴은 이에 따라 차기 회계연도 AI 사업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AI 칩 시장에서 브로드컴은 그간 엔비디아(NVDA)를 중심으로 지배되던 시장 구조를 뒤흔드는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자사의 칩은 구글(GOOGL) 등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기업을 위한 맞춤 제작 모델로, 대규모 AI 연산을 위한 인프라에서 엔비디아의 GPU를 대체할 수 있는 옵션으로 여겨진다.

자크스 투자리서치의 분석가 케빈 쿡은 “이번 실적은 많은 주주들에게 ‘예상보다 적은 서프라이즈’였지만 향후 가이던스의 상향 조정만으로도 주가가 강세를 이어가기에는 충분했다”며 브로드컴의 시장 내 입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브로드컴은 맞춤형 실리콘 영역에서 초기 리더로 자리잡았으며, 이 점이 마벨테크놀로지와 같은 경쟁 업체와 확연히 차별화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AI 반도체에 대한 클라우드 기업들의 투자가 장기적인 트렌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브로드컴은 ‘AI 인프라 확대’라는 흐름에서 가장 큰 수혜주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