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자인 협업 소프트웨어 업체인 피그마의 주가가 상장 후 처음 공개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9월 3일(현지시간) 시간 외 거래에서 급락했다.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피그마 주가는 13% 하락해 주당 60달러 아래(59.06달러)로 떨어졌으며, 이는 상장 직후의 고점 대비 절반 수준까지 내려간 수치다.
피그마는 2분기 매출 2억4천960만 달러, 순이익 84만6천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41% 증가하며 시장 전망치(2억4천880만 달러)를 소폭 웃돌았고, 순이익도 전년의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됐다. 실적 자체로만 보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었지만, 주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였다.
피그마의 실적에 대해 시장은 단기적인 수익성보다 주식 매각 가능성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 측은 일부 직원이 보유한 주식의 25%에 대한 보호예수가 9월 4일 장 마감 이후 해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호예수란 상장 후 일정 기간 관련자들이 보유한 주식을 팔 수 없도록 제한하는 제도로, 해제되면 대량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번 조치에서는 고위 임원들은 제외됐으나, 일부 내부자의 매도 가능성만으로도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다.
피그마는 지난 7월 말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공모가는 주당 33달러였으나 상장 첫날 115.50달러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점차 조정을 받았고, 이번 보호예수 해제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 심리가 더해지며 주가가 압박받고 있다.
앞으로 피그마의 주가는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를 중심으로 재평가받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3분기 매출을 2억6천300만~2억6천500만 달러로 예상하며, 이 또한 시장 전망치(2억5천680만 달러)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연간 매출 전망치도 10억2천만 달러로, 시장 컨센서스(10억1천만 달러)를 소폭 넘어섰다. 수익성 회복과 외형 성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이루고 있는 만큼, 단기적인 주가 하락이 장기흐름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술주 전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상장 초기 주목을 받았던 기업일수록 보호예수 해제 또는 내부자 매도 이슈가 주가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기업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