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반도체 설계 혁신… 전남대, 세계 최초 자동화 기술 개발

전남대학교 연구진이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메모리 회로의 설계 효율성과 신뢰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자동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제조 공정 변수까지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설계 방식과 차별화를 보인다는 평가다.

이번 연구는 전남대학교 지능전자컴퓨터공학과 이명진 교수 연구팀이 주도했으며,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통계적 최적화 기법을 차세대 반도체 메모리 설계에 세계 최초로 접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반도체 설계 자동화는 회로 성능 향상을 중심으로 발전해왔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 변동성까지 체계적으로 반영한 사례는 드물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이 앞으로 더 복잡하고 고집적화되는 반도체 산업의 공정 신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을 통해 기존보다 수천 배 이상 빠른 시뮬레이션 속도를 구현하면서도 예측 정확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단계적 모델링(stepwise modeling)’ 방식이 적용된 결과로, 복잡한 회로 구조를 효율적으로 분석하고 최적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기술진보는 고속 데이터 처리와 전력 효율성이 핵심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연구진은 이번 성과가 특정 제품이나 공정에 국한된 기술이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를 포함한 모든 메모리 설계 영역에 적용 가능한 보편적 자동화 프레임워크로 확장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설계 단계의 자동화는 전체 생산 효율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이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도 높게 평가된다.

이명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공지능이 반도체 설계의 중심 기술로 본격 진입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회로 설계 최적화의 새로운 기준점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에는 석사과정생 이혜린 씨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관련 논문은 전자설계 자동화 분야의 권위 있는 학술지인 ‘트랜잭션스 온 컴퓨터-에이디디드 디자인 오브 인티그레이티드 서킷 앤드 시스템스(Transactions on Computer-Aided Design of Integrated Circuits and Systems)’ 2025년 10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이 같은 기술 개발은 앞으로 반도체 산업에서 고성능 설계 요구가 확대되는 만큼 점차 적용 영역을 넓혀갈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이어지는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걸친 혁신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