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폐지됐던 과학기술부총리 직제가 17년 만에 다시 신설되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정책 조율 및 예산 심의 권한이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인공지능 중심의 첨단 기술 육성 정책에 무게를 실을 계획이다.
과학기술부총리 제도는 1998년 ‘국민의 정부’ 시절 과학기술처 개편에서 시작돼 2004년 부총리급으로 격상되며 위상이 높아졌지만,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로 통합되면서 폐지된 바 있다. 이후 과학기술 관련 부처 개편이 이어졌고, 2013년 정보통신 기능과 합쳐진 미래창조과학부로 개편됐다가 2017년에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로 재편됐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예산권이나 정책 조율력에서는 기획재정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주요 부처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번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은 이재명 대통령이 2022년 대선 당시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9월 7일 조직개편안을 통해 과기정통부 장관이 과기부총리를 겸임하도록 하고, 국가 연구개발(R&D) 및 인공지능(AI) 정책의 총괄 기능을 공식화했다. 특히 사회부총리 직제가 폐지되면서, 과기정통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양대 부총리 체제로 위상이 격상되는 셈이다.
과기부총리가 부활하면서 가장 큰 변화로는 R&D 예산 심의와 조정 권한의 강화가 꼽힌다. 내년도 R&D 예산은 35조 3천억 원 규모로 역대 최대다. 이에 따라 각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연구 사업을 과기정통부 중심으로 조율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계가 마련된다. 특히 AI를 국가 전략기술로 육성하려는 정부 방침에 따라, AI 관련 예산은 지난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0조 1천억 원으로 확대됐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AI 3대 강국(G3) 도약을 가속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관련 조직 개편도 병행된다. 과기정통부 2차관 산하에 AI 정책 전담 부서가 신설되고,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역시 재편돼 과기정통부 장관이 부위원장을 맡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과기정통부는 경제 부총리와 함께 AI 정책의 핵심 결정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다. 더불어 통계청이 국가 데이터처로 승격되면서, AI 학습에 필요한 공공데이터 확보 측면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과학기술부총리제 부활은 단순 제도 복원이 아닌,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한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운용권 확대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흐름은 향후 첨단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가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려는 정부의 전략에 점점 더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과학기술·AI 분야의 주도권이 과기정통부로 이동하면서, 내년 이후 관련 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