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가운데, 물류업계도 정부 정책과 발맞춰 선제적으로 디지털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류가 과거 단순 운송 중심의 산업에서 벗어나 정밀한 데이터와 자동화 기술 기반의 지능형 서비스 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9월 30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53차 물류위원회를 개최하고, 'AI 전환과 물류산업 발전 방향'을 주제로 관련 전문가들과 업계 대표들이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는 CJ대한통운, LG AI연구원, 인하대학교 등 주요 기업과 학계 관계자 40여 명이 참석해 산업 전환의 방향성과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특히 AI 기술 중에서도 ‘에이전틱(Agentic) AI’에 주목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이는 단순히 명령을 수행하는 수준을 넘어, 시스템이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계획을 세우며 실행까지 이어가는 자율진화형 인공지능이다. 김승환 LG AI연구원 어플라이드 AI 연구그룹장은 이를 물류산업의 복잡한 수요 예측과 경로 최적화에 맞춰 활용할 경우, 실시간 의사결정과 운영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술 전환이 단지 비용 절감뿐 아니라 시장의 새로운 수요에 대응하는 데 필수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박민영 인하대 교수는 현장 자동화, 신선물류, 온·오프라인 연계(O2O) 유통, 라스트마일(최종 배송 단계) 배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반 인프라가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AI 확산이 수도권과 지방,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점도 경고하며, 포용형 정책과 공공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은 9월 25일 국내 최초로 휴머노이드 AI 로봇을 물류 현장에 투입하는 실증 시험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로봇 전문기업 로보티즈와 손잡고 ‘피지컬 AI’ 기반 기술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군포 풀필먼트센터에서 실제 포장 공정에 로봇을 투입해 테스트하고 있다. 이는 수작업 중심의 기존 프로세스를 AI와 로봇 중심으로 전환하는 첫 시도로, 향후 물류 인력 활용 및 효율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물류 산업은 자동화, 자율주행, 데이터 분석 등의 기술 영역을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관련 법제도, 데이터 보안, 연구 개발 인프라 확충 등의 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물류 산업의 경쟁력 강화는 물론, 디지털 경제 전환 속에서 우리 산업 전반의 생존 전략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