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기업 현장에서 단순한 실험 도구를 넘어 핵심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민감한 데이터를 사내 시스템 내에서 처리하며 통제를 강화하는 ‘프라이빗 AI’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형태의 기술 전환이 아닌, 기업이 ‘일상적 지능’을 확보하기 위해 기술 스택 전반을 새롭게 재설계하는 흐름이다.
레드햇(Red Hat)의 글로벌 AI 생태계 총괄 조시 웨스트(Josh West)는 “AI는 지금까지 클라우드 서비스나 퍼블릭 연구기관에서 제공하는 모델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기업 내부 데이터센터에서 AI 추론을 수행하며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개발자 환경에 이르기까지 전 스택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는 오픈소스가 있다. 특히 쿠버네티스(Kubernetes), 오픈시프트(OpenShift) 등 오픈소스 플랫폼은 다양한 하드웨어 환경에서 동일한 워크로드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웨스트는 “한때 표준화란 특정 규격의 준수 문제였다면, 이제는 오픈소스 기반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공동으로 기술을 엔지니어링하며 검증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로 인해 AI 인프라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대폭 향상된다”고 강조했다. 리눅스 커널이 IBM Z, x86, ARM, RISC-V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일관되게 작동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하이퍼스케일 클라우드, 즉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가 제공하는 수직 통합형 스택도 필요하지만, 모든 워크로드에 적합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균형 있는 하이브리드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 규제가 엄격하거나 보완이 중요한 환경일수록 프라이빗 AI 채택이 유리하다는 것이 웨스트의 분석이다. 그는 “스케일의 유연함을 최대한 활용하는 동시에, 특정 워크로드에 대해서는 완전한 통제권이 필요하다”며 “양쪽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방식이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프라이빗 AI의 미래는 정형화된 단일 모델에 머무르지 않는다. 여러 AI 에이전트를 네트워크화하고 이를 쿠버네티스 등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구조를 통해 AI 성능과 사용자 접근성 모두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웨스트는 “결국 기술의 성패는 직원들의 업무 방식을 어떻게 바꾸는지, 고객과의 접점을 어떻게 혁신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프라이빗 AI는 그 조건을 갖춘 차세대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 기술의 진화 방향이 거대 모델과 퍼블릭 클라우드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일관된 활용 환경으로 정착하고 있는 지금, 오픈소스와 프라이빗 AI는 기업의 경쟁력 확보에 있어 불가결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AI의 민주화뿐 아니라, 기술 주권과 데이터 통제가 핵심 이슈로 부각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한 대응 전략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