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접어든 인공지능(AI) 붐이 벤처 시장에 거대한 가치를 불어넣으며, 크런치베이스 유니콘 보드(Crunchbase Unicorn Board)의 전체 기업 평가액이 사상 처음으로 7조 달러(약 10,080조 원)에 근접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치의 비상장 유니콘 기업들이 속한 이 리스트는 올해만 1조 6,000억 달러(약 2,304조 원)의 신규 가치를 추가하며 기록적인 성장을 보였다.
가장 높은 기업 가치는 오픈AI(OpenAI)가 5,000억 달러(약 720조 원)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ByteDance)는 4,800억 달러(약 691조 원), 스페이스X(SpaceX)는 4,000억 달러(약 576조 원)로 뒤를 잇는다. 특히 이들 세 기업은 모두 2025년 하반기 세컨더리 딜을 통해 기업가치를 크게 끌어올린 사례로, 자금 조달 외 유동성을 제공하며 시장 판도를 재편했다.
신흥 AI 스타트업 앤트로픽(Anthropic)의 약진도 눈에 띈다. 이 회사는 창립 5년 만에 1,830억 달러(약 264조 원)의 가치를 달성하며, 올해 유니콘 보드의 4위 자리에 올랐다. 핀테크 유니콘 리볼루트(Revolut)도 750억 달러(약 108조 원)의 평가를 받으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2024년 말 유니콘 보드에는 100억 달러 이상 가치의 ‘데카콘’이 70개사 존재했지만, 올해에는 82개로 늘면서 고가치 스타트업의 양적 증가도 확연해졌다. 이 중 24개사는 올해 신규 진입한 반면, IPO나 인수합병(M&A)을 통해 보드를 떠난 기업은 5개사였고, 6개사는 가치 하락으로 탈락했다.
2025년 현재 AI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세 덕분에, 유니콘 보드는 두 번째로 큰 연간 평가액 상승을 기록했다. 2021년에는 2조 달러가 추가됐고, 올해는 1조 6,000억 달러가 늘어나며 총 7조 달러에 육박했다. 비교해 지난해에는 4,000억 달러, 2023년에는 1,000억 달러 증가에 그쳤던 것과 대비된다.
특히 올해 최고의 기업가치를 기록한 36개 스타트업 중 무려 40%가 창업 후 5년 이내에 100억 달러 이상의 평가를 받은 ‘데카콘’ 반열에 올랐다. 이들 대부분은 AI를 핵심 기술로 삼고 있으며, 창업 1년 만에 320억 달러 가치를 기록한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나, 3년 만에 140억 달러에 도달한 미스트랄 AI(Mistral AI) 등은 AI 시장이 어떻게 스타트업 시장을 재편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팬데믹 직후 위축됐던 스타트업 생태계도 활기를 되찾았다. 2025년 현재 신규 유니콘과 상장·인수된 기업 수 모두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며, 내년에는 새로운 유니콘 명단과 초기 투자자들, 초고속 가치 상승을 이끈 후속 투자자들까지 종합적인 분석이 이어질 예정이다.
2025년은 AI가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유니콘 지형을 재편하고 기업가치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리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더 많은 '차세대 오픈AI'의 등장을 주목하고 있으며, 이들의 행보가 앞으로의 투자 전략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