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인공지능(AI) 기술을 실제 운영에 접목하려는 과정에서, ‘에이전틱 AI’가 실험 단계에서 본격적인 생산성 도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시스템이 단편적인 예측이나 콘텐츠 생성 기능을 넘어, 복잡한 계획 수립과 실행까지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일반 AI가 정적인 데이터 기반 결정을 주로 도왔다면, 에이전틱 AI는 다양한 데이터 출처와 연계해 지속적인 의사결정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단순 자동화와의 차별성을 두드러지게 강조한 기업들은 AWS와 딜로이트, 도요타 북미법인이다. 이들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AWS 리인벤트 2025’ 컨퍼런스를 통해 공급망 계획, 고객 대응, 업무 자동화 분야에서 에이전틱 AI가 어떻게 전환 모멘텀이 되고 있는지를 공유했다. 도입 목적은 명확했다. 사람 개입을 줄이고,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며, 예외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성장세와는 별도로, 여전히 개념적 혼란과 실행장벽도 공존하고 있다. AWS는 에이전틱 AI를 '업무 목표를 이해하고, 제약조건을 고려하며, 복합 시스템과 상호작용하고, 자율적으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정의했다. 다만 이런 시스템을 현실에 구현하려면 단순한 기술뿐 아니라 조직 전반의 거버넌스 체계, 신뢰도 확보, 동일한 데이터 아키텍처 확립 등이 요구된다.
도요타 북미법인의 사례는 이러한 과제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기존에는 공급과 수요를 조율하는 데만 70개가 넘는 엑셀 파일이 쓰였고, 수십 명의 계획 담당자가 매달 같은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 이런 환경에서는 에이전틱 AI의 효과도 제한적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AWS, 딜로이트는 TMNA(도요타 모터 노스 아메리카)와 손잡고, 일관된 표준 플랫폼과 모델 기반 의사결정 구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합한 프레임워크를 새롭게 구축했다.
이 전환의 핵심은 사람을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AI를 인간 전문가의 ‘동료’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업무 담당자들이 전략적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반복 업무를 AI가 처리하고, 결과를 설명 가능하게 지원하는 구조였다. AWS는 이를 위해 기업 맞춤형 AI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딜로이트는 기업 내 변화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단계별 변화관리 모델을 함께 적용했다.
성과는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도요타는 AI 기반 시뮬레이션과 추천 시스템을 통해 계획 정확도를 약 20% 끌어올리고, 계획 담당자의 생산성을 18% 개선했다. 특히 전자차량 도착예정일 관리와 같은 고객 프로세스에서는, 기존의 복잡한 화면 전환과 키 입력이 사라지고, AI가 일상 오류는 자동 해결하고 중요 상황은 사람에게 알리는 형태로 최적화됐다.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혁신기술을 넘어서 점차 기업 운영 그 자체의 기반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기술만으로는 체계적인 도입이 어렵다는 점을 모든 기업이 주지할 필요가 있다. 초기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문제 정의, 신중한 유스케이스 선택, 리스크 통제 계획까지 전방위적 준비가 따라야 한다. 거기에 조직 내부의 신뢰 구조 설계와 경영진의 적극 관여가 어우러질 때, 비로소 AI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번 AWS와 딜로이트, TMNA 간 협력은 그런 점에서 시사점을 크게 남긴다. 기업들이 에이전틱 AI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 중심이 아닌 목적 중심’으로 출발해야 한다. 기술은 빠르게 변하지만, 현장에서는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이 더디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작은 성공 사례부터 시작하여 반복 가능한 실행 모델로 확장하는 방식이 중요하며, 이때 플랫폼 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은 여전히 큰 차별화 요인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