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가 기업용 인공지능(AI)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거대언어모델(LLM) ‘제미나이’를 앞세워 AI 에이전트 구축 플랫폼과 전용 애플리케이션, 맞춤형 반도체까지 한꺼번에 공개하며 ‘엔터프라이즈 AI 운영체제’ 경쟁에서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습이다.
제미나이 중심으로 기업용 AI 통합
구글 LLC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구글 클라우드 넥스트’ 행사에서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에이전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는 기업이 다양한 AI 에이전트를 만들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허브다. 함께 선보인 ‘제미나이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은 기존의 단발성 AI 도구를 넘어, 보안과 협업 기능을 갖춘 자율형 업무 도우미로 확장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토머스 쿠리안(Thomas Kurian) 구글 클라우드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에서 “실험 단계는 이미 지났다”며 “이제 과제는 AI를 기업 전반으로 어떻게 확장하느냐이고, 그 해답은 통합된 스택”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스택’은 반도체, 네트워크, 데이터, 보안, 애플리케이션을 아우르는 기술 전반을 뜻한다.
에이전트 관리 기능 강화
이번 발표의 핵심은 흩어져 있던 AI 에이전트를 한곳에서 관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새 애플리케이션에는 ‘인박스’ 기능이 추가돼, 기업이 여러 에이전트의 작업 상태를 보다 쉽게 통제하고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구글은 이를 통해 관리가 어려웠던 ‘사일로형 AI’ 문제를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제미나이는 데이터 처리와 협업 영역에서도 중심 역할을 맡는다. 구글은 데이터 엔지니어링 작업을 지원하는 ‘데이터 에이전트 키트’와 공동 작업 공간 기능인 ‘프로젝트’도 함께 내놨다. 개인 비서 수준에 머물렀던 AI를 여러 구성원이 함께 활용하는 협업 도구로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보안 부문에서도 제미나이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구글은 거버넌스 도구와 에이전트 신원 관리 기능을 결합해, 기업이 AI 사용을 보다 안전하고 체계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순다르 피차이 “에이전트형 제미나이 시대”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 구글 및 알파벳 최고경영자는 사전 녹화 영상 메시지에서 이번 전략을 ‘에이전트형 기업의 미션 컨트롤’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우리는 대담하면서도 책임 있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지금이 ‘에이전트형 제미나이 시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단순히 AI 모델 성능 경쟁을 넘어, 실제 기업 현장에서 AI가 돌아가는 ‘통제 계층’을 누가 장악하느냐가 새로운 승부처가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시장에서는 좋은 모델 자체보다, 이를 안정적으로 연결하고 관찰하며 운영하는 플랫폼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 TPU 2종 공개…학습·추론 모두 겨냥
구글은 AI 연산을 뒷받침할 전용 하드웨어도 함께 발표했다. 새로 공개한 텐서처리장치(TPU) 2종은 ‘TPU 8t’와 ‘TPU 8i’다. 두 제품 모두 대형 AI 모델 학습과 추론 성능을 높이기 위해 자체 설계된 반도체다.
아민 바흐다트(Amin Vahdat) 구글 AI 인프라 최고기술책임자는 TPU 8t에 대해 “학습에 최적화된 강력한 반도체”라며 “몇 달 걸리던 학습 작업을 이제 몇 주 단위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LLM 운용에서 병목이 되는 메모리 접근과 대역폭 문제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TPU 8i는 추론 단계 성능 개선에 무게를 뒀다. 특히 LLM이 문장을 생성할 때 필요한 ‘키-값 캐시’를 더 크게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긴 문맥 처리와 텍스트 생성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구글은 설명했다. 바흐다트는 “긴 문맥 디코딩을 느리게 만드는 메모리 장벽을 마침내 깼다”고 밝혔다.
기업용 AI 승부처는 ‘운영 플랫폼’
이번 발표는 구글이 제미나이를 앞세워 기업용 AI 시장에서 자신감을 드러낸 사례로 읽힌다. 동시에 시장 경쟁의 초점이 어디로 이동하는지도 분명히 보여준다. 앞으로 기업용 AI 시장 점유율 경쟁은 단순 모델 우위보다, AI가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과정을 관리하는 ‘운영 계층’을 누가 제공하느냐에 달릴 가능성이 크다.
구글이 공개한 ‘에이전트 투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 ‘에이전트 게이트웨이’, ‘에이전트 관찰성’ 같은 기능도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토머스 쿠리안 CEO는 “에이전트의 전체 생애주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델러헌티(Brian Delahunty) 구글 클라우드 AI 부문 부사장도 “우리의 비전은 AI 기반의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적도 뒷받침…구글 클라우드 성장세 주목
구글의 전략은 실적으로도 일부 확인되고 있다. 알파벳은 2025년 4분기 구글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요 하이퍼스케일러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률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같은 기간 클라우드 수주 잔고도 전 분기 대비 55% 늘었다.
이 같은 수치는 머신러닝과 AI 수요 확대가 구글 클라우드 성장세를 강하게 밀어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제미나이를 중심으로 한 통합형 플랫폼 전략이 기업 고객 확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구글은 이번 행사에서 ‘좋은 AI 모델’만이 아니라, 이를 기업 업무에 실제로 연결하는 전체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용 AI 시장이 본격화하는 국면에서 구글 클라우드가 제미나이를 앞세운 통합 전략으로 존재감을 더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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