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아시아개발은행과 손잡고 국내에 인공지능 혁신개발센터를 세우기로 하면서, 한국을 아시아 지역의 인공지능 개발 협력 거점으로 키우려는 구상이 한층 구체화됐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3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 연차총회와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을 계기로 칸다 마사토 아시아개발은행 총재와 만나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에 한국에 설치될 예정인 인공지능 혁신개발센터는 아시아개발은행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각종 개발 협력 사업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고, 해당 국가들의 인공지능 활용 역량을 높이기 위한 협력 사무소 성격을 가진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새 기관 하나를 들여오는 차원을 넘어선다. 한국 정부는 최근 유엔과 다자개발은행의 인공지능 관련 기능을 국내에 모으는 이른바 글로벌 인공지능 허브 구상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번 아시아개발은행과의 협력도 그 연장선에 있다. 구 부총리는 면담에서 인공지능 분야 협력이 특정 국가만의 이익이 아니라 참여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상생형 개발 협력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아시아개발은행의 적극적인 참여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칸다 총재는 한국의 인공지능 분야 리더십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이날 핵심 광물 공급망 문제에서도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 핵심 광물은 배터리, 반도체, 전기차 같은 첨단 산업에 꼭 필요한 원자재를 말하는데, 최근 세계 각국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선을 다양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구 부총리는 아시아개발은행이 역내 핵심 광물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추진 중인 정책에 지지를 표하면서, 회원국들이 함께 이익을 나누는 방향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발금융기구인 아시아개발은행이 이런 분야에서 역할을 넓히면, 인프라 지원을 넘어 산업 안정성 확보에도 관여하는 흐름이 더 뚜렷해질 수 있다.
구 부총리는 이어 인드라니 투라이 라자 싱가포르 재무부 제2장관과도 양자 면담을 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함께 차기 아세안+3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공동 의장국을 맡을 예정이어서, 양측은 내년 회의에서 회원국들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의제를 함께 검토하고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도 한국은 글로벌 인공지능 허브 구상을 설명하며 싱가포르의 동참을 제안했다. 디지털 기술 협력과 공급망 안정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아세안+3 협의체에서도 인공지능과 경제안보 관련 의제가 한층 비중 있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