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티 브릿(Katie Britt)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망 비용을 일반 소비자에게 넘기지 않도록 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서약을 법제화하자고 촉구했다. AI 인프라 확장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두고 미국 의회와 주정부 차원의 논의가 전력요금 문제로 좁혀지는 흐름이다.
브릿 의원은 4일 세마포(Semafor)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Ratepayer Protection Pledge’가 “법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의회가 움직이기 전까지 기업과 지방정부가 같은 원칙을 자발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백악관은 2026년 3월 4일 이 서약을 공개했다. 백악관 공식 페이지에는 4일 현재 300개 이상 기관이 참여했고, 미국인 2억6300만명과 미국 가정·기업에 공급되는 전력의 80%를 포괄한다고 적혀 있다.
서약의 핵심은 데이터센터 사업자가 새 전력 공급 확보, 전력망 업그레이드, 별도 요금 구조, 지역 고용 투자, 비상 시 그리드 지원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대형 AI 기업과 데이터센터 개발사가 전력 수요를 만들었다면 그에 필요한 발전·송전·배전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입법 절차도 시작됐다.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는 7월 21일 H.R. 9340 ‘Ratepayer Protection Act’를 52대 0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100MW 이상 전력을 쓰는 대형 비주거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주 공공유틸리티위원회가 대형 전력 사용자의 별도 비용 부담 기준을 검토하도록 요구하는 내용이다.
존 허스티드(Jon Husted)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도 7월 20일 유사 법안을 발의했다. 허스티드 의원실은 이 법안이 트럼프 대통령 서약의 핵심 요소를 법제화해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발전·송전·인프라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Ratepayer Protection Pledge는 전기요금 납부자를 보호하겠다는 자발적 서약이다. 법률이나 요금표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청구서에 반영되려면 주별 요금 규정, 비용 배분 기준, 공공유틸리티위원회 결정이 뒤따라야 한다.
이 논쟁은 데이터센터를 막을 것인지보다 데이터센터가 유발한 전력망 증설 비용을 누가 낼 것인지에 초점이 있다. 통상 대형 전력 수요자는 전력 구매계약과 송전망 접속, 냉각 설비, 지방정부 인센티브를 함께 요구하기 때문에 지역사회는 투자 유치와 주민 부담 사이에서 선택을 압박받는다.
브릿 의원은 전력 문제와 별도로 물 사용 부담도 다루고 있다. 브릿 의원과 벤 레이 루한(Ben Ray Luján)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5월 13일 ‘Advancing Water Reuse Act’를 발의했다.
이 법안은 물 재이용 설비에 30% 투자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AI와 제조업 등 물 수요가 큰 산업의 담수 사용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뒀다.
미국 에너지부는 데이터센터 물 사용량이 냉각 기술과 기후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과 물을 함께 쓰는 인프라라는 점에서 데이터센터 논쟁은 전기요금뿐 아니라 지역 자원 배분 문제로도 번지고 있다.
이 흐름은 [미국 일부 주정부가 데이터센터 세제 혜택을 줄이거나 전력망 비용 부담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도한 본지 기사](https://www.tokenpost.kr/news/policy/385161)와도 맞물린다. AI 데이터센터 확장이 전력망 비용 부담 논쟁을 키우면서, 대형 전력 사용자의 기반시설 비용을 주민 전기요금으로 충당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 독자에게도 이 논쟁은 반도체와 클라우드, BTC 채굴 인프라를 함께 보는 문제다. 본지는 앞서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반발이 선거 쟁점으로 번진 흐름](https://www.tokenpost.kr/news/cryptocurrency/394935)을 전한 바 있다.
회의론도 남아 있다. 에버그린 액션(Evergreen Action)은 이 서약을 강제력이 없는 자발적 약속이라고 비판했고, 브루킹스(Brookings)는 실제 청구서 효과가 주별 요금 구조와 비용 배분 규칙이 마련된 뒤 확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도 데이터센터 확대에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갤럽(Gallup)은 5월 13일 발표한 조사에서 미국 성인 10명 중 7명이 자신이 사는 지역의 AI 데이터센터 건설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브릿 의원의 발언은 데이터센터 확장 논의를 비용 부담 원칙으로 다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R. 9340과 상원 법안은 아직 법이 아니며, 자발적 서약을 연방 입법과 주별 요금 규정으로 옮길 수 있는지가 다음 단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