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주요 은행 돌며 CBDC 도입 '직접 영업'…왜 지금인가?

한국은행이 디지털 화폐(CBDC) 확산을 위한 '현장 드라이브'에 본격 돌입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주요 시중은행 행장을 직접 찾아 1대1로 면담하며 '프로젝트 아고라'와 '프로젝트 한강'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당부한 것이다.

최근 이 총재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기업은행 등 6대 은행을 차례로 찾았다.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이례적인 행보다. 이 총재는 총 30분씩 시간을 들여 한 명 한 명의 행장에게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도입의 필요성과 효과, 그리고 각 은행의 실질적인 역할 등을 설명했다.

그가 강조한 '프로젝트 아고라'는 디지털 화폐와 시중은행의 토큰화된 예금을 기반으로 국가 간 금융 결제 시스템을 보다 간편하게 만들자는 국제 협력 사업이다. 여기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의 중앙은행, 국제결제은행(BIS), 국제금융협회(IIF)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들 시중은행 6곳이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하반기부터 실제 테스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직접 면담 자리에서 "CBDC를 도입하면 환 거래나 해외 송금 과정에서 은행들이 부담하는 법률적 리스크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은행 측에 여러 장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별도로 진행되고 있는 '프로젝트 한강'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실험은 은행 예금을 디지털 화폐 기반의 토큰으로 전환해, 실제 생활에서 결제 수단으로 활용 가능한지를 시험하는 단계다. 현재 약 10만명의 실험 참가자를 모집해 테스트 중이다.

한편 오는 26일에는 주요 은행장이 모두 모이는 간담회가 열릴 예정이다. 여기에 IIF 티모시 애덤스 사장도 참석해 프로젝트 아고라와 관련된 글로벌 흐름을 공유한다. 간담회에서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 발행이나 가상자산 시장 안정화를 위한 중앙은행의 역할 등 폭넓은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당부 수준이 아니라, 이번 프로젝트와 디지털 화폐 체계가 은행 실무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총재가 직접 설명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CBDC와 그 실증 실험이 가상자산, 암호화폐 기반 글로벌 금융 시장 재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