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에도 '코인'이 등장했다.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으로 해외 결제는 물론, 비자카드까지 사용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비트코인 등의 암호화폐가 투자의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지만, 요즘 주목받는 건 '스테이블코인'이다. 가치가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은 최근 글로벌 결제 수단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특히 홍콩 핀테크 기업 레돗페이(RedotPay)는 미국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카드를 선보이며, 한국 고객 유치에도 나서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실물 화폐의 설 자리를 좁히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작년 전체 지급수단 중 현금 비중은 단 15.9%에 그쳤고,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대신 신용카드(46.2%)와 모바일카드(12.9%) 등의 이용률은 뚜렷이 늘었다.
현금 없는 매장과 '현금 없는 버스'도 점차 늘고 있는 상황. ATM 숫자도 계속 줄고 있다. 2020년 8만7천대 수준이던 것이 작년엔 8만대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암호화폐 정보 제공 업체 코인게코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2천373억 달러(약 320조 원)로,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커졌다.
법적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국내에서 발행이 어렵지만, 미국 달러화 기본의 테더(USDT) 등은 이미 해외 송금이나 암호화폐 거래에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한국은행도 디지털 화폐에 뛰어들었다.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발행하고 예금 토큰 실험에 나서는 등, 결제 시스템의 디지털 전환을 준비 중이다. 이런 움직임은 디지털 화폐가 실물 화폐의 대체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한은은 '현금 무용론'에 선을 그었다. 이종렬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최근 설명회에서 "디지털 화폐는 통신이 끊기거나 전력이 없을 경우 사용할 수 없다"며, "정보기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위해서도 실물 화폐는 여전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디지털 결제든 페이든 '신뢰'가 바탕이 돼야 작동하는 것"이라며 "언제든지 실물화폐로 환전할 수 있다는 안정감은 중요한 가치"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은 앞으로도 실물 화폐 유통망 개선과 사용 환경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현금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ATM 운영의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