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시험운영 일정을 공식 연기했다. 정부가 지역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지원 의지를 강화하면서, CBDC 도입 전략에 변동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로 분석된다.
30일 연합뉴스와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4월부터 참여은행들과 함께 진행 중이던 CBDC 테스트의 다음 단계 일정을 일시 중단하고 추후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로 예정됐던 2차 실험은 사실상 보류된 상태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정책 방향에 있다. 테스트에 참여한 7개 시중은행 중 한 고위 관계자는 “CBDC와 정부가 구상 중인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을지를 은행권 모두 지켜보고 있다”며, 결정을 유보한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 CBDC 도입을 둘러싼 기조 변화의 배경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노선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비롯해 블록체인 산업 활성화 공약을 다수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정책 기조 변화는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테스트 일정에도 직간접적인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CBDC에 대한 논의는 단순한 기술 검증을 넘어, 디지털 금융 생태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정책 조율이 중요해지고 있다.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지원 방침과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권 사이에서 접점을 찾는 과정이 이르면 하반기에 본격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