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장 기업들이 올해 비트코인(BTC) 시장에서 상장지수펀드(ETF)의 매입 속도를 앞질렀다. 2025년 들어 기업들의 비트코인 보유량이 96% 급증하면서, ETF를 통한 간접투자보다 직접 보유에 대한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암호화폐 플랫폼 CEX.IO에 따르면, 2025년 들어 기업들이 보유 중인 비트코인 자산은 총 473억 달러(약 65조 7,470억 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ETF의 순유입 규모는 317억 달러(약 44조 600억 원)에 그쳤다. 이는 기업들의 비트코인 투자 속도가 ETF를 훨씬 웃돌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마이크로스트래티지'에서 사명을 바꾼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스트래티지(Strategy)’는 올해 들어 무려 약 120억 달러(약 16조 6,800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입하며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 회사는 비트코인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전략적 준비금 자산으로 간주해 지속적으로 매입하고 있는 대표적 기업이다.
또한, 소프트뱅크, 테더, 캔터 피츠제럴드의 후원을 받는 디지털 자산 운용사 '트웬티원캐피털(Twenty One Capital)'도 강력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 회사의 비트코인 보유액은 50억 달러(약 6조 9,500억 원)를 넘어섰으며, 불과 몇 달 개입한 시장에서 비트코인 보유량 3위에 올라섰다. 여기에 도쿄에 본사를 둔 상장사 ‘메타플래닛(Metaplanet)’은 2025년 들어 비트코인 보유량을 6배 가까이 늘려 현재 17,000 BTC를 초과 보유 중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실물 보유가 ETF 투자보다 훨씬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질적 수준에서 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ETF는 유동성과 분산투자가 강점이지만, 보유 구조 자체가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의 BTC 매입은 자체 자산으로 장부에 기록되는 만큼 전략적 접근이 뚜렷하다.
업계 분석가들은 이번 추세에 대해 “기관 자산이 점차 ETF 구조를 벗어나 실물 보유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이는 암호화폐가 단순한 금융 수단을 넘어 회사의 핵심 운영 자산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규모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의 재무 전략에서도 디지털 자산의 존재감이 높아지는 양상이다. ETF 중심의 자금 유입이 둔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의 실물 매입이 시장의 절대적 유동성 축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