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직접 암호화폐를 보유하며 운용하는 '코퍼레이트 크립토 트레저리(Corporate Crypto Treasury)' 모델이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의 경계를 넘나드는 공개 상장 기업들이 시장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에서, 기관 투자자들의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갤럭시 리서치(Galaxy Research)가 4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Strategy, Metaplanet, SharpLink 등 디지털 자산을 대규모로 보유한 주요 상장사는 현재 총 1,000억 달러(약 139조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크립토 트레저리 기업의 주요 보유 자산은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이며, 특히 비트코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비트코인 보유분은 총 79만 1,662BTC로, 이는 시가 기준 약 930억 달러(약 129조 원)에 달하며 유통 중인 전체 비트코인의 3.98%에 해당한다. 이더리움의 경우 상장사들은 총 130만 개 이상의 ETH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약 40억 달러(약 5조 5,600억 원) 규모로 전체 유통량의 1.09%를 차지한다. 기업이 유의미한 수준의 디지털 자산을 장기 보유 자산으로 편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암호화폐가 ‘기업 재무 전략’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시장 유동성 측면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보고서는 “기업 구매가 최근 현물 기반 이더리움 ETF(상장지수펀드)와 함께 ETH 유동성의 핵심 공급원으로 부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내 ETH 현물 ETF는 지난 19거래일 연속으로 순유입이 발생해, 상품 출시 이후 최장 순유입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투자자 신뢰와 기초자산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까지 디지털 자산에 우호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는 만큼, 크립토 트레저리를 채택하는 기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기관의 자금 흐름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의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 지금, 코퍼레이트 크립토 트레저리는 단순한 투자 이상으로 전략적 자산 운용의 새로운 모델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