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릿지는 2025 KBW 기간을 맞아 주최사 팩트블록과 함께 한국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숙을 다룬 공동 리서치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와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핵심 과제를 풀어가며, 글로벌 리테일 강국을 넘어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뻗어가는 변화를 짚었다.
한국, 리테일에서 시작된 세계의 주목
웨이브릿지·팩트블록은 “2025년 KBW 현장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 글로벌 자본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음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2년간 한국은 디지털자산 인프라를 꾸준히 쌓아왔고, 2021년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도입된 실명 입출금 계좌 시스템은 자금세탁방지와 투자자 보호의 모범사례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한국 시장이 기관 자금이 아닌 리테일 투자자의 실제 원화로 움직여왔다는 사실이라면서 “순수 현물 거래만으로 연간 2,500조 원 규모가 달성된 것은 한국이 전 세계 디지털자산 거래의 살아 있는 실험실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또한 “현재 한국의 디지털자산 투자자는 약 9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32%에 이르며, 이는 글로벌 평균의 4.7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한 참여율을 넘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향후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그 배경에는 제도 정비에 대한 신뢰가 자리하고 있었고 이는 한국 시장이 투기적 국면을 넘어 제도적 안정성을 토대로 성숙한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ETF, 한국 자본시장의 새로운 관문
리서치는 한국 시장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가지는 의미를 강조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1,3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한 이 상품은 홍콩과 영국 등 주요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며 제도권에 안착했다.
한국 역시 디지털자산 거래 규모가 코스피를 넘어선 1,345조 원에 달하고, ETF 발행사들이 170조 원 규모의 운용 경험을 갖추고 있어, 현물 ETF 도입은 단순한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 과제로 다가왔다.

분석에 따르면 2030년 한국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은 최대 63조 원에 이를 수 있다. 단순 추정이 아니라 국내 ETF 시장의 성장률과 글로벌 선례, 한국 고유의 리테일 강세를 반영한 모델링을 통해 도출한 수치다.
이 시장이 열리면 리테일 투자자는 지갑 관리 없이 증권계좌로 손쉽게 투자할 수 있고, 금융당국의 감독 아래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게 되어 기관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참여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리서치는 "현물 ETF는 단순한 투자 수단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제도권 확장과 디지털자산 금융화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블 코인, 결제와 송금의 생활화
리서치는 또 다른 축으로 원화 스테이블 코인을 지목했다. 한국은 이미 세계적인 디지털 결제 강국으로,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토스 등 초대형 생태계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970만 명의 디지털자산 실명계좌 보유자와 하루 평균 7.3조 원 규모의 거래 수요가 더해지며, 스테이블 코인이 생활 속 결제와 송금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스테이블 코인의 효과는 명확하다. 카드 결제 수수료를 낮추고, 정산 속도를 실시간으로 앞당기며, 해외 송금을 저비용·고효율로 바꿀 수 있다. 실명계좌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투자자 보호도 제도권 안에서 가능하다. 이는 단순히 업계의 주장에 머물지 않고 금융 비용을 줄이고 경제 효율성을 높이는 제도적 필요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한국이 넘어야 할 조율의 과제
물론 과제도 있었다.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민간 발행-중앙은행 간접 감독 구조로 설계될지, 중앙은행이 직접 발행하는 CBDC 모델로 갈지 정책적 선택이 필요했다. 한국은행은 수년간 CBDC 테스트를 진행하다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스테이블 코인 문제를 다시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가 긴밀히 협력해 △거래량 급변 △준비자산 운용 △대량 상환 요구 등 주요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글로벌 규제 환경과의 정합성도 중요하다. 미국의 GENIUS Act가 2027년 시행을 앞두고 있고, 유럽은 MiCA 규제를 본격 적용하고 있다. 한국의 규제 역시 국제적 기준과 보조를 맞추어야만 글로벌 자본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한국, 제도권 금융의 새로운 무대로
웨이브릿지와 팩트블록의 공동 리서치는 한국이 단순히 리테일 강국을 넘어 제도권 금융의 새로운 무대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자본시장의 관문으로 작동하고 원화 스테이블 코인이 결제와 송금의 생활 인프라로 자리잡는다면, 한국은 디지털자산의 실험장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 질서 속에서 제도권 표준을 만들어가는 중심지로 부상하게 될 것임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