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랩스가 자사의 송금용 토큰 XRP 확보를 위한 새로운 전략을 추진한다.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리플은 특수목적 인수회사(SPAC)를 통해 최소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디지털 자산 재무기구(DAT: Digital Asset Treasury)’를 설립할 계획이다. 이 재무기구는 XRP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이번 계획은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대형 기업들이 장기 전략 실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리플이 보유한 XRP 일부도 해당 DAT 설립에 투입될 예정이라 보도했다.
현재 리플은 47억 4,000만 개의 XRP를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 자산의 시장 가치는 약 110억 달러(약 15조 2,900억 원)로 평가된다. 이와 별개로, 약 360억 개의 XRP가 매월 정기적으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조건으로 에스크로 계정에 예치돼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리플이 전체 XRP 공급량의 40% 이상을 실질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자금 조달 외에도 리플은 최근 기업 금융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에 나섰다. 리플은 트레저리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지트레저리(GTreasury)를 인수하며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거래를 성사시켰다.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 리플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120조 달러 이상 규모에 달하는 기업 간 결제 시장은 구식 시스템에 갇힌 막대한 유동성을 안고 있다”며, “리플은 이를 해결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XRP 기반 재무기구는 아직 드문 사례지만, 이미 일부 기업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속가능 에너지 기업 비보파워 인터내셔널(VivoPower International)은 지난 5월 XRP에 특화된 투자 전략으로 전환하며 1억 2,100만 달러(약 1,681억 원)를 조달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 흐름이 비트코인(BTC) 및 이더리움(ETH) 중심의 DAT 열풍에서 XRP로의 확장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비트마인(BitMine)은 최근 레버리지 청산 이후 저점을 매수하며 30만 개 이상의 이더리움을 추가 확보했고, 또 다른 기업 스트래티지는 지난주 2억 7,000만 달러(약 3,753억 원) 규모로 220개의 비트코인을 추가 매입해 전체 보유량을 64만 250개에 달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이들 비트코인은 시가 기준 약 700억 달러(약 97조 3,000억 원)의 가치를 지닌다.
반면 XRP 가격은 이번 소식에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기사 작성 시점 기준 XRP는 전일 대비 5% 하락한 2.27달러(약 3,155원)에 거래 중이며, 이는 지난 7월 고점인 3.65달러(약 5,074원)에 비해 약 40% 하락한 수준이다.
이번 리플의 움직임은 기업 주도의 디지털 자산 축적 모델이 XRP 시장에서도 본격화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향후 XRP 기반 DAT의 확산 여부와 가격 반등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