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기업 리플(Ripple)이 XRP 재무기금 조성을 위해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자금은 특수목적법인(SPAC)을 활용해 조달되며, 리플은 이 과정에서 일부 XRP를 직접 기여할 계획이다.
이번 발표는 리플이 최근 재무관리 전문업체 지트레저리(GTreasury)를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에 인수했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것으로, 회사의 재무 관리 역량 강화와 함께 XRP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 시장 진입을 뚜렷이 예고한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XRP 가격은 하루 새 약 3% 하락하며 시장 반응은 부진한 상태다.
시장 전문가들은 XRP 가격 반응 둔화를 리플의 발표가 단기간에 토큰 가격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법률전문가 빌 모건(Bill Morgan)은 “리플의 전략적 행보가 XRP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이 아직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XRP 재무기금 조성은 전략적 실행 시점에서도 주목된다. 현재 디지털 자산 트레저리(DAT) 모델은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로 대표되는 혁신 이후 정점을 지나, 일부 기업의 주가는 순자산 가치보다 낮게 거래되는 등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대표적인 강세론자였던 탐 리(Tom Lee)조차 “이제는 DAT에 대한 무조건적 낙관론에는 의문이 든다”고 인정했다.
업계에서는 리플의 움직임이 ‘뒤늦은 진입’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위주로 운용되는 대부분의 DAT 기업들과 달리, XRP 기반 DAT는 여전히 드문 편이다. 다만, 일부 소규모 기업들이 이미 XRP를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비보파워(VivoPower International), 웰지스틱스 헬스(Wellgistics Health), 트라이던트 디지털 테크(Trident Digital Tech) 등이 그 예다.
이와 관련해 비트와이즈(Bitwise) 최고경영자 헌터 호슬리(Hunter Horsley)는 "리플은 결국 XRP를 중심으로 하는 재무관리 회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XRP의 가격 동향이 이번 이벤트를 통해 변화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리플의 다음 행보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