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기존 금융 시스템과 암호화 자산의 접점을 확대하는 신사업에 본격 나섰다. 대표적인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기업인 IBM은 오늘, 은행과 기업, 정부 기관 등을 위한 차세대 디지털 자산 플랫폼 '디지털 애셋 헤이븐(Digital Asset Haven)'을 출시하며, 암호화폐 자산 관리 시장 공략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이 플랫폼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같은 주류 암호화폐는 물론,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된 자산까지 폭넓게 포괄하며 내부 키 관리, 보안 인증, 거래 모니터링, 자금세탁 방지(AML) 기능까지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IBM은 이 플랫폼을 프랑스의 디지털 지갑 인프라 전문 기업 디프느(Dfns)와 공동 개발했다. 디프느는 이미 250개 이상의 금융기관 고객에게 1500만 개 이상의 디지털 지갑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 애셋 헤이븐의 가장 큰 강점은 40개 이상의 퍼블릭 및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아우르는 암호화폐 거래의 생애 주기 전반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거래의 자동화, 라우팅, 모니터링, 결제 처리를 중앙 집중 없이도 수행할 수 있으며, 외부 솔루션과 통합된 고객확인(KYC)과 범죄감시 시스템을 통해 규제기관의 신뢰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IBM Z 및 리눅스원 총괄 톰 맥퍼슨은 이번 출시와 관련하여 “디지털 자산 시대에 걸맞은 복원력과 데이터 거버넌스를 제공하는 진정한 통합 플랫폼”이라며 “금융기관과 정부기관들이 향후 금융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들어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히 미국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가 명확해지며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미국 의회를 통과한 ‘미국 스테이블코인 혁신촉진법(GENIUS Act)’은 은행 및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법적으로 발행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기존 금융시장과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을 한층 가속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국제 은행권에서도 디지털 자산 실험이 본격화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UBS, 산탄데르 등의 글로벌 은행들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기반 디지털 화폐 발행을 위한 공동 연구에 착수했으며, ING 및 유니크레딧이 참여한 유럽 은행 연합 또한 독자적인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시장 조사기관 코인게코에 따르면 현재 유통 중인 전체 스테이블코인의 규모는 약 3110억 달러(약 448조 원)에 이르며, 이 중 테더의 비중이 약 1830억 달러(약 263조 원)로 압도적이다.
디프느의 최고경영자 클라리스 아게쥬는 “디지털 자산이 본격적으로 금융과 자본 시장에 통합되기 위해서는 기존 시스템 수준의 기반 인프라 요건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IBM의 접근 방식이 업계의 요구에 정확히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IBM은 해당 플랫폼을 올해 4분기 중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출시하고, 내년 2분기부터는 기업 내부 인프라에 설치할 수 있도록 온프레미스 버전도 제공할 계획이다. 최근 디지털 자산에 대한 제도권의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IBM이 글로벌 금융 IT 시장에서 어떤 파급 효과를 불러올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