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공동 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일론 머스크의 SNS 플랫폼 엑스(X)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자유 표현의 상징이었던 X가 이제는 ‘증오의 사망별’로 변질됐다고 지적하며, 머스크가 알고리즘을 자의적으로 조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테린은 4일 X에 올린 일련의 게시글에서 최근 유럽을 겨냥한 온라인 혐오 콘텐츠의 확산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한 비판이 아닌 '정당성을 훼손하려는 조직적인 시도'에 가깝다고 우려했다. 특히 유럽에 대한 일반화된 공격과 종말론적 발언이 실제 경험과 동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부테린은 지난 10년간 매해 두 달가량 유럽에서 거주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머스크를 향해 “X를 글로벌 자유 표현의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조직된 혐오 여론을 겨냥한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다”며, “이 같은 방향성이 오히려 자유 표현에 대한 거대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거대한 플랫폼 운영자가 특정 내용을 강화하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알고리즘을 수정한다면, 차라리 분노유발 콘텐츠보다는 친절함을 강화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인수한 X에서는 콘텐츠 노출을 결정짓는 알고리즘이 투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부테린은 이 부분에서도 머스크가 자의적인 ‘강화’ 및 ‘축소’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며 명백한 통제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경로가 결국 정치적·문화적 반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발언은 부테린이 한때 지지를 표명했던 분산형 소셜 네트워크 '파카스터(Farcaster)'가 지향점을 ‘소셜 중심’에서 ‘지갑 중심’ 아키텍처로 전환한다고 발표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탈중앙화의 가치와 커뮤니티 기반 소통을 강조하는 부테린의 철학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부테린은 최근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달 그는 메신저 프로젝트인 세션(Session)과 심플엑스(SimpleX)에 각각 128 이더리움(ETH, 약 3억 7,470만 원)을 기부했다. 두 프로젝트는 전화번호 없이 종단간 암호화된 메시징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빌 공격과 서비스 거부 공격 방어에 중점을 둔 탈중앙화 통신 도구다. 부테린은 이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의 다음 과제가 ‘허가 없는 계정 생성’과 ‘메타데이터 보호 강화’라고 밝혔다.

부테린의 발언은 SNS 플랫폼이 단순한 기술 서비스를 넘어, 정치·사회적 전선을 형성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시대에 그 책임과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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