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금융 시장 재편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확산의 열쇠는 기술이 아닌 ‘선택권’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자산은 탈중앙 가치 이전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자본시장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단계로 진입했다. 토큰화와 프로그래머블 머니, 분산원장 기술은 결제 속도와 투명성을 높이고 자산 소유·관리 방식을 효율화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장 전반의 빠른 채택은 자동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핵심 변수는 ‘선택’이다. 투자자와 발행자, 중개기관이 제한된 구조에 갇힌다면 디지털 자산은 기존 금융의 비효율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 웹3 생태계가 성장하려면 참여자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장에 참여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 선택 자유…‘사일로’가 최대 걸림돌
현재 디지털 자산 확산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단절’이다. 다양한 블록체인 네트워크가 등장하며 혁신은 가속화됐지만, 서로 연결되지 않은 구조는 오히려 확장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상호운용성이 부족하면 자산은 특정 네트워크에 고립되고, 유동성과 접근성이 제한된다. 이는 기존 금융 시장의 비효율을 디지털 환경에서 반복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문제의 해법으로 ‘네트워크의 네트워크’ 접근이 제시된다. 플랫폼 간 자산 이동을 가능하게 하면 투자자와 기관은 토큰화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공개형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경쟁 관계가 아닌 ‘병존’ 구조가 돼야 한다는 시각이다.
실제 미국 예탁결제공사(DTCC)와 클리어스트림, 유로클리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공동 보고서를 통해 상호운용성과 표준화가 디지털 시장 확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토큰화, ‘속도’보다 ‘순서’ 중요
토큰화가 필연적 흐름으로 평가되지만, 모든 자산이 동시에 토큰화되는 것은 아니다. 도입 속도와 범위는 자산별 특성과 시장 환경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100조 달러(약 14경8370조 원) 이상의 증권 결제를 처리하는 DTCC 역시 무분별한 토큰화에는 선을 긋고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선별적 적용’과 ‘단계적 확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운영 비효율이 크거나 결제 과정이 복잡한 자산이 우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기술 성숙도와 규제 환경, 시장 수요에 따라 تدري 확대되는 구조가 현실적이다.
이 과정에서 발행자와 투자자가 시점과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유연성이 중요하다. 이는 시장 신뢰를 높이고 도입 리스크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자산 보유 방식도 선택…전통과 공존
디지털 전환이 기존 투자 방식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기관 투자자는 상당 기간 전통 자산과 토큰화 자산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는 온체인 자산의 효율성과 자동화를 선호하지만, 다른 투자자들은 규제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기존 커스터디 방식을 유지하려 할 수 있다.
성공적인 디지털 자산 시장은 이 두 방식을 모두 수용해야 한다. 토큰화 자산과 전통 증권 사이 전환이 자유롭고, 법적 안정성과 운영 연속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갑 선택권이 시장 확장 좌우
‘지갑’은 선택권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영역이다. 투자자마다 보안 수준, 규제 요구, 운영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인 지갑 구조는 시장 확장을 제한할 수 있다.
일부는 직접 보관(self-custody)을 선호하고, 다른 투자자는 기관형 커스터디 솔루션을 선택한다. 중요한 점은 어떤 방식도 강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지갑 선택의 자유는 금융기관이 자체 전략과 고객 요구에 맞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다. 이는 대규모 시장 참여를 유도하는 핵심 기반이 된다.
디지털 자산의 핵심은 ‘기술’ 아닌 ‘선택’
결국 디지털 자산 생태계의 성패는 기술 우위보다 ‘선택권 구조’에 달려 있다. 블록체인, 자산 유형, 보관 방식, 지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옵션이 보장될 때 시장은 확장성을 확보한다.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면 디지털 자산은 더 포용적이고 효율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반대로 선택이 제한된다면 과거 금융의 한계를 더 빠른 속도로 반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지털 자산의 미래는 기술 경쟁이 아니라, 얼마나 다양한 선택을 허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