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이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글로벌 무역금융 업무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 검증을 마쳤다. 실제 무역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온체인에서 발행·이전·정산하는 구조를 검증한 사례로, 기업 간 무역금융 분야의 토큰화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평가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G CNS와 함께 실제 글로벌 거래 환경을 기반으로 한 무역금융 인프라 기술 검증(PoC)을 완료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해외법인 거래와 정산 업무를 효율화하고 글로벌 무역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하기 위해 추진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매출 약 222억 달러 규모의 국내 최대 종합상사로 철강·에너지·배터리 소재 사업을 중심으로 전 세계 80여 개 해외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LG CNS는 LG그룹의 IT 계열사로, 2025년 2월 국내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마쳤다.
기술 검증은 △블록체인 공동원장(shared ledger) 기반 거래 상태 공유 △매출채권 실물연계자산(RWA) 토큰화 △AI 에이전트 기반 무역 업무 자동화 등 세 분야에서 진행됐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글로벌 무역 네트워크와 실제 거래 데이터를 제공했고, LG CNS는 시스템 설계와 블록체인·AI 기술 검증을 담당했다.
양사는 본사와 해외법인, 거래 상대방이 블록체인 공동원장을 통해 동일한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국가와 법인별로 분산 관리되던 거래 정보를 하나의 원장으로 통합해 계약과 정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보 불일치와 반복 확인 절차를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매출채권 RWA 토큰화 부문에서는 실제 무역 거래에서 발생한 매출채권을 디지털 자산으로 발행하고 이전·정산·거래·관리하는 구조를 검증했다. 기술 검증에는 레이어1 블록체인 인젝티브(Injective)가 활용됐다. 해당 매출채권은 권한 기반(permissioned) 토큰 형태로 발행되며, 승인된 참여자만 자산을 보유하거나 이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정산 역시 기업 재무 조직이 설정한 통제 체계 아래 온체인에서 이뤄지는 구조를 검증했다.
양사는 인젝티브 네트워크를 통해 권한 기반 자산 관리와 고객확인(KYC), 자금세탁방지(AML), 투자자 적격성 심사, 자산 전송 제한 등 기업 금융에 필요한 규제·통제 기능의 적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블록체인에 거래 자산과 함께 컴플라이언스 규칙을 반영함으로써 기업 간 매출채권 거래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점검했다.
회사 측은 대부분의 범용 블록체인에서는 컴플라이언스 기능이 애플리케이션 수준에서 구현되는 반면, 인젝티브는 이를 프로토콜 수준에서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실물자산(RWA) 모듈에 신원 확인과 자산 보유·이전 규칙을 기본적으로 적용할 수 있으며, 1초 미만의 블록 생성 속도와 온체인 오더북 구조를 통해 기업 금융에 필요한 거래 성능과 통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출채권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공급한 뒤 대금을 받기 전까지 발생하는 채권이다. 기존에는 매도인과 매수인, 금융기관이 각각 별도로 거래 정보를 관리해 대조와 정산에 시간이 소요됐지만, 공동원장 기반 구조에서는 모든 참여자가 동일한 거래 기록을 공유해 정산 절차를 단순화할 수 있다. 또한 컴플라이언스 규칙이 자산과 함께 적용돼 국가와 기관이 달라져도 동일한 통제 기준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AI 에이전트는 신용장(LC)과 무역서류 검토 업무에 적용됐다. 문서를 자동으로 분석해 오타와 조항 누락 등 오류를 점검함으로써 담당자의 숙련도 차이에 따른 검토 품질 편차와 휴먼에러를 줄일 수 있는지를 실증했다. 무역 실무에서는 신용장의 단순 오류도 대금 지급 지연이나 거절로 이어질 수 있어 정확한 서류 검토가 중요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측은 "이번 기술 검증은 실제 무역 데이터와 프로세스를 기반으로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운영 효율성이 확인된 분야를 중심으로 올해 하반기 파일럿 운영 체계를 구체화한 뒤 실제 업무 환경에 단계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 CNS는 현재까지 국내 220개 이상의 지방자치단체에 디지털 화폐 인프라를 공급했으며 한국은행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실증 사업에도 참여했다. 또한 코스콤과 미래에셋증권의 토큰증권(STO) 플랫폼 구축을 수행했으며, 올해 3월에는 팔란티어와 LG그룹의 기업용 AI 도입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 토큰화 시장은 펀드와 주식 등 금융자산을 넘어 실물 기반 자산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JP모건의 토큰화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는 누적 3조 달러 이상의 거래를 처리했으며, 씨티는 웰링턴 매니지먼트와 위즈덤트리와 함께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비상장 자산 토큰화 실증을 진행했다. 업계에서는 한국이 기업 토큰화 분야에서 가장 적극적인 시장 가운데 하나로 평가되며, 이번 프로젝트는 글로벌 무역에서 발생하는 매출채권까지 토큰화 적용 범위를 확장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G CNS는 향후 모든 해외법인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합 무역금융 체계를 구축해 기존 수일이 걸리던 정산 기간을 단축하고, 국가 간 거래에서도 동일한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젝티브 공동창업자 에릭 첸(Eric Chen)은 "인젝티브는 규제를 준수하는 금융 서비스를 온체인에서 운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이번과 같은 대규모 파일럿은 이를 위해 만들어진 사례"라며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G CNS가 실제 무역 매출채권 프로젝트에 인젝티브를 선택한 것은 실제 자본시장을 온체인으로 이전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