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론 네트워크에서 유통되는 약 913억달러(약 123조원) 규모의 테더(USDT)가 관리자 서명키 3개 가운데 2개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나왔다. 두 키가 동시에 탈취되면 공격자가 USDT 스마트계약의 소유권을 바꾸고 토큰을 임의 발행하거나 특정 주소를 동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블록체인 보안업체 해큰(Hacken)은 7일(현지시간) 트론 기반 USDT의 관리자 구조를 분석했다. 해큰의 분석은 관리자 권한 구조의 보안 취약점을 지적했다.
2-of-3 멀티시그는 관리자 서명키 3개 중 2개의 승인이 있어야 주요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다. 트론 기반 USDT는 이 구조를 통해 스마트계약의 관리 권한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관리자 권한이 바뀔 때 일정 시간 동안 실행을 늦추는 타임록과 변경을 취소할 별도 절차가 없다는 점이다. 세헤르 사일릭(Seher S...) 해큰 스마트계약 감사 담당자는 “변경 사항에 내장된 지연 장치나 취소 절차가 없으며 이를 안정적으로 되돌릴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권한 변경이 승인되면 테더가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번 분석이 이용자 개인 지갑에 보관된 USDT가 곧바로 탈취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멀티시그가 통제하는 대상은 개별 이용자의 자산이 아니라 USDT를 발행하고 관리하는 스마트계약이다.
공격자가 관리자 키 2개를 확보하면 스마트계약 소유자를 자신이 통제하는 주소로 바꿀 수 있다. 이후 USDT를 새로 발행하거나 전송 기능을 중단·재개하고 특정 주소를 동결하는 등 관리자 기능을 악용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해큰은 스마트계약에 준비금과 토큰 발행량을 자동으로 연동하는 준비금 증명 장치나 발행량 상한도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관리자 서명이 이뤄지면 은행 등에 실제 준비금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고 토큰을 발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위험이 트론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해큰은 테더가 이더리움(ETH), 아발란체(AVAX), 셀로 등 여러 네트워크에서 일부 서명키를 재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네트워크에서 키가 탈취되면 다른 네트워크의 관리자 권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분석에서 실제 관리자 서명키 탈취나 보안 사고가 발생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해큰이 지적한 내용은 2개의 관리자 키가 동시에 탈취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 구조적 위험이다.
기술적 위험과 별개로 테더의 재무 건전성 평가는 개선됐다. 스테이블코인 평가업체 블루칩(Bluechip)은 테더의 기업 등급을 기존 D에서 C로 상향했다.
KPMG 미국법인의 재무감사 결과도 평가에 반영됐다. 2025년 12월 31일 기준 테더 인터내셔널의 준비자산은 부채보다 68억달러(약 9조1600억원) 많았다.
이번 평가는 블루칩이 도입한 ‘SMIDGE’ 평가 체계를 처음 적용한 사례다. 새 체계는 준비금과 재무구조뿐 아니라 스마트계약 안정성, 토큰 공급 구조, 관리자 키 관리, 오프체인 인프라까지 함께 평가한다.
벤저민 레빗(Benjamin Levitt) 블루칩 최고경영자는 “스테이블코인 평가는 그동안 재무적인 측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해큰의 기술 데이터를 평가 체계에 통합하면서 이제 전체적인 위험을 평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무 건전성과 기술적 운영 보안을 한 평가 체계에서 함께 보겠다는 취지다.
반면 레오 판(Leo Pan) Cysic.xyz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는 “KPMG 감사와 새로운 평가 체계가 테더의 등급을 움직였지만 기술적 구조는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론에 있는 전체 공급량의 절반가량인 910억달러(약 122조원)가 여전히 타임록이 없는 2개의 키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테더 전체 유통량은 약 1846억달러(약 249조원)로 제시됐다. 앞서 본지는 테더 발행 키가 고가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보안 위험 시나리오를 전한 바 있다. 이번 분석은 준비자산 규모와 별개로 스테이블코인의 스마트계약 관리자 권한과 서명키 운영 구조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