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대표적인 금융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가 암호화폐 대출 사업을 발표한 지 1년 만에 비트코인(BTC) 담보 대출 거래를 처음으로 체결했다. 이번 거래는 비트코인 기반 신용 시장의 회복 조짐과 함께 암호화 자산을 담보로 한 유동성 공급 모델이 점차 제도권으로 편입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캔터는 디지털 자산 중개업체 팔콘엑스(FalconX)와 디파이 대출 플랫폼 메이플파이낸스(Maple Finance)에 각각 비트코인 담보 대출을 제공했다. 팔콘엑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1억 달러(약 1,370억 원) 이상의 대출 한도를 확보했으며, 이는 향후 확대 가능성이 있는 '포괄적 신용 프레임워크'의 일부로 전해졌다. 메이플파이낸스 역시 첫 번째 트랜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으며, 추가 대출이 예정돼 있다.
이 서비스는 비트코인을 보유한 기업이 이를 매각하지 않고 담보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캔터는 2024년 7월, 총 20억 달러(약 2조 7,400억 원) 규모의 비트코인 금융 사업 출범을 공식화하며 기관 투자자 대상으로 해당 담보 대출 모델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캔터는 디지털 자산 수탁 및 담보 관리 파트너로 앵커리지디지털(Anchorage Digital)과 코퍼(Copper)를 선정했다.
암호화폐 대출 시장은 전통 금융의 신용 시스템과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경우 시스템 전체로 충격이 전이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22년 디지털 자산 업계를 강타한 신용 위기는 이러한 구조적 위험을 여실히 보여줬다. 당시 대표적 대출 플랫폼이던 셀시어스(Celsius)는 고위험 투자 및 사기 혐의로 인해 파산에 이르렀고, 블록파이(BlockFi) 역시 FTX 붕괴 여파로 2022년 11월 파산 보호 신청(챕터 11)을 했다.
갤럭시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기준 전체 암호화폐 대출 시장 규모는 365억 달러(약 50조 원)로, 2021년 기록했던 644억 달러 대비 43% 감소한 수준이다. 그러나 온체인 기반 대출 플랫폼의 회복세는 눈에 띈다. 같은 기간 오픈된 대출 포지션 규모는 191억 달러(약 26조 2,200억 원)로, 2년 전보다 무려 959% 증가했다. 이는 전통 금융을 바탕으로 하되, 탈중앙 기술의 민첩성을 결합한 암호화 자산 대출 시장의 새로운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