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업계를 대표하는 무역협회 SIFMA(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암호화폐 관련 명확한 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공식 요청했다. SIFMA는 최근 SEC와 진행한 회의에서 디지털 자산 발행, 수탁, 거래에 관해 전통 금융체계와 일관성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기술 발전을 반영한 규제 혁신도 함께 제안했다.
해당 회의에서 SIFMA는 규제 기관이 암호화폐 산업을 단순한 환경으로 치부하지 말고, 전방위적인 거버넌스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등 주요 암호화폐의 발행과 이동 구조에서 증권성과 상품성을 명확히 정의하고, 국제적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SIFMA는 디지털 자산 생태계에서 거래소, 브로커-딜러, 커스터디 서비스 간 역할 분담과 경쟁 촉진도 중요한 규제 목표로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규제의 불투명성은 기존 금융사들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가로막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SIFMA가 이처럼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는 배경에는, 미국 내 금융기관의 약 90%가 SIFMA의 회원사일 정도로 전통 금융권 내 암호화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미 디지털 자산을 금융 상품에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안전장치 마련이 요구된다.
SEC 역시 이러한 기류를 인식하고 있다. SEC의 폴 앳킨스(Paul Atkins) 위원장은 회의에서 “규제의 명확성은 투자자를 보호함과 동시에 책임 있는 혁신을 장려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며, 향후 암호화폐 시장의 제도적 안착이 SEC의 핵심 과제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번 SIFMA의 제안은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미국 정부가 최근 연이어 새로운 디지털 자산 관련 법률들을 도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규제 체계는 여전히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을 결여하고 있다. 따라서 SIFMA의 주장은 전통 금융과 암호화폐 산업이 조화롭게 융합되는 기반 마련에 의미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