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외국인 관광객 대상 디지털 자산 사용을 허용하는 ‘암호화폐 샌드박스’ 도입을 앞두고 대국민 의견 수렴 절차에 돌입했다. 해당 샌드박스는 암호화폐를 현지 화폐인 바트화로 전환해 관광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지만, 자금세탁 우려 등 산업계의 신중한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현재 태국 SEC는 태국 중앙은행과 공동으로 디지털 자산을 활용한 관광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 중이며, 이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도입 계획을 7월 15일 공개하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오는 8월 13일까지 국민 의견을 받는다. 앞서 SEC는 3월과 7월 이사회 회의를 통해 제도적 틀의 기본 원칙을 이미 승인한 바 있다.
이번 샌드박스의 핵심은 외국 관광객이 비트코인(BTC)이나 이더리움(ETH) 등의 디지털 자산을 일정한 조건하에 바트화로 전환, 현지 전자결제 인프라를 통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태국 정부는 관광업을 회복시키는 동시에 디지털 경제 도입 가속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SEC는 현재까지도 직접적인 암호화폐 결제를 금지하고 있으며, 인증된 전자화폐 서비스 제공업체를 통해 QR 코드 기반 결제 방식만을 허용할 방침이다.
샌드박스 참여 자격은 디지털 자산 거래소, 브로커, 딜러로 한정된다. 이에 대해 걸프 바이낸스(Gulf Binance)의 니룬 후왓타나눌(Nirun Fuwattananukul) 대표는 “이번 정책이 국내 디지털 자산 채택률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다만 우려도 존재한다. 태국관광협의회(TCT)의 부미킷티 룩탕감(Bhummikitti Ruktaengam) 부회장은 “제도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먼저 관련 생태계 전반의 준비 상태를 면밀히 검토한 뒤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SEC의 규제권한과 감독체계가 여전히 모호하다는 점에서, 그는 명확한 기준 없이는 자칫 자금세탁과 같은 불법행위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번 규제 샌드박스 제안은 태국이 글로벌 디지털 자산 트렌드에 진입하고자 하는 행보로 해석되지만,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는 산업 전체의 투명성과 건전성 확보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SEC가 마련 중인 라이선스 요건과 자금세탁 방지 기준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그리고 산업계가 이를 어떻게 수용할지에 따라 태국 암호화폐 정책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