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비밀번호 노린 납치극…이탈리아 투자자 고문한 용의자들 보석 석방

미국 뉴욕 맨해튼의 고급 타운하우스에서 이탈리아 암호화폐 투자자를 납치하고 고문한 혐의로 기소된 혐의자 2명이 각각 100만 달러(약 13억 9,000만 원)의 보석금을 받고 구속에서 풀려났다. 이번 사건은 암호화폐 비밀번호를 강제로 빼내기 위한 극단적 협박극으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존 울츠(John Woeltz·37)와 윌리엄 듀플레시(William Duplessie·33)는 뉴욕 형사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유죄를 부인했으며, 판사는 이들에게 조건부 보석을 허용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납치, 폭행, 강요 등의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은 지난 5월 6일, 28세의 이탈리아 국적 암호화폐 트레이더가 뉴욕을 방문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이 남성이 뉴욕 도착 직후 두 용의자에 의해 납치됐으며, 이후 수 주간 가택에 감금된 채 비트코인(BTC) 계정 정보를 요구받으며 반복적인 신체적 학대를 당했다고 밝혔다.

맨해튼 지방 검찰청은 피해자가 전기줄로 감전되는 고문을 당했고 권총으로 구타당했으며, 심지어 발코니에서 떨어뜨리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피의자들은 심지어 그의 가족까지 살해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기관이 확보한 사진에는 소총이 피해자의 머리에 겨눠진 장면도 포함돼 있었다.

이탈리아 남성은 5월 말 극적으로 탈출했다. 비밀번호가 노트북에 저장돼 있다며 피의자 한 명에게 노트북 사용을 요청했고, 그隙을 틈타 외부로 도망친 뒤 거리의 교통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병원에 이송된 그의 몸에서는 고문과 감금의 흔적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도주 직후 울츠는 현장에서 체포됐고, 듀플레시는 며칠 뒤 자수했다. 울츠는 미국 켄터키 출신의 암호화폐 투자자로 알려졌으며, 듀플레시는 마이애미 지역 거주자다.

이번 사건은 디지털 자산 보유자의 신원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며, 암호화폐 업계는 물론 법조계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뉴욕 경찰과 검찰은 향후 추가 공범 가능성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