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업계에서 오랫동안 회자돼 온 "지금은 아직 초기다"라는 내러티브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과거에는 비트코인(BTC)이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믿으며 시장 진입을 독려하던 이 문구가, 2025년 현재 시장 성숙도와 전반적 가치 성장 속에서 더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견해가 나오는 것이다.
비트코인의 시장 존재감은 어느 때보다 뚜렷하다. 이미 글로벌 자산 상위 10위 안에 안착한 비트코인은 메타($META), 은, 버크셔 해서웨이($BRK.A)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월가에선 수조 원대 자산을 운용하는 매니지먼트 기업들이 비트코인 ETF를 출시하며 투자 경로를 넓혔고, 일부 상품은 출시 한 해 반 만에 운용자산이 500억 달러(약 69조 5,000억 원)를 넘어섰다. 또한 대기업과 국가 기관도 자산 배분 차원에서 비트코인을 점차 받아들이고 있다. 게임스톱과 메타플래닛 같은 기업이 수억 달러 규모 비트코인을 매입했고, 미 정부조차 보유 자산 매각을 중단하고 이를 국부 자산 목록에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최근 유명 암호화폐 유튜버 크립토구스(CryptoGoos)는 “이제 암호화폐 시장에서 더 이상 ‘초기 진입’이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비트코인은 이미 5배의 성장을 이뤘고, 지금은 오직 전략과 선택의 차이가 시장 성패를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앞으론 운보다 선택이 중요한 시대”라며, 투자자들이 냉정한 전략과 판단력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반론도 있다. 비트코인은 성숙기에 진입했을지 모르지만, 시장 전체를 놓고 보면 여전히 발전 여지는 크다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ETH), XRP를 제외하면 암호화폐는 글로벌 자산 시가총액 상위 100위 내에 속한 예가 드물다. 2025년 7월 기준, 전체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4조 달러(약 5,560조 원)를 넘긴 수준이었지만, 이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DA)의 시총 하나보다도 낮다. 금의 시가총액은 무려 22조 5,000억 달러(약 31경 2,750조 원)로, 암호화폐 시장의 약 5배에 달한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성숙은 인정하되, 알트코인이나 새로운 프로젝트들에는 여전히 초기 단계의 기회가 존재한다고 본다. 결국 중요한 것은 무작정 진입이 아니라, 각 프로젝트의 펀더멘털과 시장 내 내러티브를 분석하고 선별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여전히 확장 중이고, 자본 시장과의 연결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지금은 초기"라는 말이 예전만큼 단순하게 쓰이진 않더라도, 기회를 찾는 눈과 전략적 접근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