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가격이 역대급 상승세 이후 10% 넘게 조정을 받은 가운데, 장기보유자들의 대규모 차익 실현이 시장에 새로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온체인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매도세는 심지어 2021년 강세장 당시보다도 더 빠르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비트코인 강세장이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비트코인을 155일 이상 보유한 장기 투자자들은 이번 사이클에서 총 327만 개에 달하는 BTC를 매도했다. 이는 2016~2017년 사이클에서 기록된 393만 개 매도에 이은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시장의 가장 충성도 높은 참여자들의 이 같은 대규모 매도는 강력한 매도 압력의 신호로 해석된다. 글래스노드는 “이 같은 매도 흐름은 여러 지표와 함께 봤을 때, 현재 시장이 사이클 후반부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거래 활동 둔화 역시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같은 기간 조정된 월간 평균 전송량은 약 267억 달러(약 37조 1,300억 원)에서 232억 달러(약 32조 2,500억 원)로 13% 가까이 감소했다. 또 다른 온체인 데이터 플랫폼 크립토퀀트에 따르면, 매수/매도 비율도 2021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가격과 투자심리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단기적 수요 약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
사이클 분석가 크립토버브(Cryptobirb)는 이번 강세장이 2024년 4월 반감기 이후 시작돼 이제 약 93%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사이클 패턴을 감안할 때, 일반적으로 강세장의 정점은 반감기 이후 약 18개월 내 형성되는 경향이 있어, 오는 10월 말에서 11월 중순 사이에 ‘블로우오프 탑(급격한 고점)’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모든 지표가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분석가 악셀 애들러 주니어(Axel Adler Jr.)는 조정된 MVRV 비율이 1.0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단기적 이익 실현이 한풀 꺾였다는 신호를 전했다. 그는 “시장은 추세를 뒤집기보다는 이전 랠리를 소화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가였던 12만 4,000달러(약 1억 7,236만 원)에서 10% 넘게 조정되며, 10만 9,000달러(약 1억 5,151만 원) 아래로 밀렸다가 현재는 약 11만 1,300달러(약 1억 5,505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기준 1.0% 상승했지만, 주간으로는 2.3%, 2주간 6.7%, 월간 기준 7.1%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간으로는 76% 상승하며 장기 우상향 추세를 유지 중이다.
시장 점유율(BTC 도미넌스) 또한 유지되고 있어, 투자자들이 여전히 비트코인을 기준 자산으로 신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급격한 차익 실현과 거래 둔화, 심리 위축이 맞물리며, 투자자들에게는 현재 리스크 관리가 중요한 시점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