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29일(현지시간)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대표 코인인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줄줄이 급락하면서, 투자 심리에 냉기류가 퍼지고 있다.
이번 시장 변동의 배경에는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있다. 이 지수는 미국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실제로 지출하는 물가 수준을 반영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통화정책의 지침으로 삼는 주요 물가지표다. 7월 전체 PCE 지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6% 올랐고, 식료품과 에너지 등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근원 PCE 지수는 2.9% 상승해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시장은 이 수치 자체가 예상 범위 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가 premature(시기상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준의 목표는 2%대 안정적인 물가인데, 이번 지표는 여전히 이 기준을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는 연준이 올 9월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경계심리는 가상화폐 시장에 직접적인 파장을 미쳤다. 미국 대표 거래소 코인베이스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 12시 9분 기준, 전날보다 3.5% 하락한 10만8천316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약 3주 만의 최저 수준이며, 불과 보름 전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에서 약 1만6천달러 가까이 떨어진 값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적 지지선을 밑돌자 대규모 매도가 이어졌다고 해석된다.
비트코인 외에도 주요 코인들이 동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전일 대비 3.58% 떨어진 4천315달러를 기록했고, 엑스알피(리플)는 4.39% 급락해 2.83달러에 거래됐다. 솔라나는 2.04% 하락한 204달러, 도지코인은 2.87% 떨어진 0.21달러로 밀리며 가상화폐 대부분이 전반적인 약세 흐름을 보였다.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글래스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청산된 가상자산 규모는 무려 5억4천만 달러, 한화 약 7천5백억 원에 달했다.
앞으로 시장의 시선은 미국 경제지표 발표와 연준의 9월 통화정책 결정에 쏠릴 전망이다. 특히 9월 17일 연준 회의 전 발표될 고용지표나 소비자물가지수(CPI) 등 주요 지표가 연준의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연말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강한 물가 지표와 타이트한 노동시장 흐름이 이어질 경우 투자심리는 다시 위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가상화폐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