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베이스가 보유 중인 리플(XRP) 지갑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업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과거 970만 개에 달하던 XRP를 보관하던 콜드 월렛은 현재 단 10개만 남았으며, 보유량 역시 83%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불과 석 달 사이에 발생한 변화다.
암호화폐 지갑 추적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약 9억 7,000만 XRP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9월 현재 그 수량은 1억 6,500만 XRP으로 줄었다. 이는 토큰 기준 약 8억 개가 빠져나간 셈이다. 현재 남아 있는 10개의 콜드 월렛은 각각 약 1,650만 XRP씩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무작위적인 유출이 아니라, 계획적인 구조조정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한때 52개에 달했던 콜드 월렛 중 다수가 소멸하였고, 남은 항목들도 유사한 수량을 기준으로 정리돼 있다. 이는 내부적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자산 이전 혹은 재배치 절차가 있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XRP 규모 축소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첫째는 공급 회전(pivot)이다. XRP 토큰 일부가 온디맨드 유동성(ODL) 시스템, 상장지수상품(ETP), 암호화폐 신탁 형태로 전환되며 기존처럼 일반 거래소 지갑에서 확인되기 어렵게 됐다. 두 번째는 가격 기반 분배 전략이다. 여름 동안 XRP가 상승세를 보이자, 이 가격대를 기준으로 일정 수량이 매도되거나 다른 채널로 이전되며 물량이 조정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눈에 띄는 정황은 지난 8월 코인베이스가 블랙록과의 협업을 통해 자사 플랫폼 '알라딘(Aladdin)' 통합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는 비트코인(BTC)만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향후 리플이 이 범주에 포함될 경우 상당량의 XRP가 기관 투자 채널에 편입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과적으로 10개의 콜드 월렛만 남은 지금, 코인베이스의 XRP 공급 구조는 완전히 바뀌었다. 앞으로 이 거래소를 통해 유통될 물량은 리플의 에스크로 물량 해제, 법인 보유분, 창립자들의 지분 등 외부 요인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 XRP 보유량 급감은 리플의 가격 안정성과 유통 구조에 중요한 변곡점을 제공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인베이스 내부 지갑을 통한 공급 측면 모니터링이 향후 XRP 매수·매도 타이밍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로 작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