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 리플(XRP), 도지코인(DOGE) 등 주요 암호화폐 시장이 극심한 변동성에 직면하면서 트레이더들의 손익이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특히 리플은 파생상품 시장에서 3,042%의 강력한 청산 비대칭을 기록하며 공매도 세력이 사실상 ‘몰살’ 당한 상황이다. 여기에 시바이누(SHIB)의 2조 6,000억 개 규모의 대규모 거래소 출금, 도지코인의 ETF 승인 기대감에 따른 강세 흐름까지 맞물리며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코인그라스(Coinglass)의 청산 데이터에 따르면, 리플의 파생상품 시장에서 공매도 청산 규모는 약 42만 6,000달러(약 5억 9,214만 원)로 잡힌 데 반해, 롱 포지션 청산은 1만 4,000달러(약 1,946만 원)에 불과했다. 이는 단순 금액 규모보다도 비율의 격차가 눈에 띄는 이례적인 패턴으로, 물가 데이터 발표 이후 리플 가격이 단숨에 3달러선을 돌파하며 공매도 포지션을 급격히 밀어버린 데 따른 결과다.
같은 시기, 시바이누의 중앙화 거래소 출금량은 2조 6,000억 개에 달해 기록적 수준을 나타냈다. 통상적으로 이런 대규모 출금은 보유자들이 장기 보유 의사를 표현하며 온체인으로 보낸다는 신호로 해석돼 ‘강세장 진입’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시바이누 코인의 급격한 이동을 촉발시킨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거래소 잔고 축소와 자산 보호 목적의 탈중앙화 전환 흐름이 동시에 감지되고 있다.
한편, 도지코인의 현물 ETF 출시는 새로운 전환점이 되고 있다. 블룸버그 ETF 전문 애널리스트 에릭 발치우나스(Eric Balchunas)는 미국 내 첫 번째 도지코인 ETF인 렉스-오스프리 도지 ETF(DOJE) 출시가 목요일로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이번 상품은 종전의 신탁 기반 구조가 아닌 1940년 투자회사법 기반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시장이 이 기대감을 반영하면서 도지코인은 최근 일주일 동안 11% 이상 오르며 0.249달러(약 347원)까지 상승했다.
도지코인에 대한 고래 주소들의 누적도 주목할만하다. 온체인 분석업체 샌티먼트(Santiment)는 100만~1,000만 DOGE를 보유한 주소들이 8월 25일부터 지속적으로 매집을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주소의 보유량은 현재 약 109억 1,000만 DOGE로, 도지코인 유통량의 7.23%에 해당하며 최근 4년 내 최고 수준이다.
이번 가격 변동의 촉진제는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였다. PPI는 전월 대비 -0.1% 하락하며 시장 컨센서스였던 +0.3%를 크게 하회했고, 연간 상승률도 2.6%로 떨어져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지표는 연준의 금리정책 선회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며 위험 자산에 대한 즉각적인 매수세로 연결됐고, 리플과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의 단기 급등을 이끌었다.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정치, 경제, 제도 흐름과 복합적으로 얽히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단기 가격 지표 보다는 거시적 흐름과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한 전략적 접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