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XRP, 솔라나(SOL), 에이다(ADA), 도지코인(DOGE), 라이트코인(LTC) 기반 상장지수펀드(ETF) 신청 철회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ETF 발행사들은 이르면 이번 주부터 관련 서류를 철회할 예정이어서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SEC가 최근 수정한 상장 기준과 관련이 깊다. SEC는 상품 기반 ETF에 대한 일반 상장 기준을 새롭게 마련했으며, 여기에는 암호화폐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ETF도 포함된다. 다만 특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해당 기준이 적용되는데, 이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규제하는 선물거래가 존재해야 한다는 요건 등이 포함돼 있다.
기존에는 ETF 상장을 위해 증권거래소법 제19(b)조에 따라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새로운 기준을 통과하면 훨씬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많은 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기준이 현물(Spot) 암호화폐 ETF 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왔다.
하지만 이번 XRP 등 ETF 철회 지시는 SEC가 여전히 특정 암호화폐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해당 자산이 증권이 아닌 '상품'으로서 CFTC의 관할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치 않다는 점에서 제도적 불확실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월가의 한 ETF 상품 전문가는 "SEC는 제도적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특정 암호화폐 자산에 대한 규제 지위가 일관되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며, "전면적인 ETF 시장 개방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번 철회 결정은 ETF가 반드시 '거절'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SEC는, 적절한 기준과 요건이 충족될 때를 대비해 신청서를 정비해 다시 제출하라는 메시지를 암묵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다만 그 시점과 절차는 여전히 불투명하며, 이에 따라 투자자와 발행사 모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시장에서는 해당 소식이 암호화폐 ETF 기대감을 일시적으로 꺾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명확한 제도 정비와 함께 경쟁 구도로 발전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