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RP(리플)의 가격이 최근 4시간 동안 무려 7% 하락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극심한 청산 사태를 불러왔다. 특히 롱 포지션 보유자들이 전체 청산액의 90% 이상을 차지하면서 시장의 심각한 불균형이 드러났다.
코인지갑 데이터 제공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이번 청산으로 총 813만 달러(약 113억 950만 원) 규모의 포지션이 정리됐으며, 이 중 734만 달러(약 102억 1,260만 원)가 롱 포지션이었다. 반면 숏 포지션 청산액은 고작 78만 5,000달러(약 10억 9,115만 원)에 불과해, 935%에 달하는 청산 비율의 편중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이번 주 대형 암호화폐 중 가장 극단적인 수치다.
XRP 가격은 한때 2.60달러를 넘어서던 흐름에서 급격히 후퇴해 2.41달러까지 떨어졌고, 현재는 2.44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급락은 단일 ‘위크(wick)’가 아닌 지속적인 하방 압력 속에서 단계적으로 발생했다. 롱 포지션 보유자마다 손절에 내몰리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청산 체인 반응이 멈추지 않았다.
눈에 띄는 점은 반대 포지션인 숏 포지션이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숏을 잡은 세력들이 레버리지를 크게 활용하지 않고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현재 하방 압력의 상당부분이 심리적 매도세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동일 시간대에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총 2억 4,160만 달러(약 3,358억 2,400만 원) 규모의 포지션 청산이 이뤄졌다. 이더리움(ETH)은 6,400만 달러(약 889억 6,000만 원), 비트코인(BTC)은 6,090만 달러(약 845억 1,000만 원), 솔라나(SOL)는 1,380만 달러(약 191억 8,000만 원)를 기록했지만, XRP의 롱 중심 청산 비율은 이들에 비해 훨씬 공격적인 포지션 조정 양상을 보였다.
현재 기술적으로도 XRP는 중요한 분기점 위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 중이다. 이전 지지선이었던 2.50달러가 저항선으로 전환됐고, 이를 회복하지 못할 경우 가격은 다시 2.40달러 이하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레버리지 비율은 여전히 롱 쪽에 기울어 있는 상태로, 추가 하락 시 또 한 번 대규모 롱 청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도미넌스 지표를 주목하며 시장 흐름 전환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XRP의 포지션 구조는 지나치게 무거워 리스크가 완전히 제거된 상태는 아니다. 중장기 포지션 진입 전, 레버리지 사용에 대한 철저한 경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