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의 하락세가 멈추지 않는 가운데, 암호화폐 옵션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글래스노드(Glassnode)에 따르면 최근 비트코인의 급락 이후 투자자들이 단기적인 하방 리스크에 대한 방어를 강화하며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주 금 대비 비트코인의 투자 매력이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조심스럽게 전환된 모습이다.
최근 7일간 비트코인의 가격이 14% 이상 폭락한 반면, 안전 자산인 금은 약 20% 이상 상승하며 비트코인의 ‘가치 저장 수단’ 역할을 일부 가져갔다. 이에 따라 투자자 심리는 급속히 냉각되고, 그 여파는 옵션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글래스노드는 특히 지난 목요일 밤 비트코인의 급격한 하락 이후 단기 변동성 지표가 급등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은 단기적인 하방 옵션(풋 옵션)에 대해 높은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모습이다. 실제로 전방 만기 옵션에서의 암시적 변동성은 50% 수준으로 비정상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참여자들이 하락 보호 수단에 비해 상승 노출을 덜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리스크 회피’ 성향을 드러낸다.
옵션 네트 프리미엄 스트라이크 히트맵 분석에 따르면, 옵션 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비교적 균형 있게 분포돼 있다. 일부 투자자들은 손실 방지 수단을 하향 조정하거나 증가한 변동성을 활용해 수익을 노리는 전략에 나섰고, 다른 일부는 가격이 낮아진 콜(상승) 옵션을 매수했다. 이는 시장이 극단적인 공포보다는 조심스러운 중립 기조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방어적인 투자 성향이 뚜렷하다. 풋 옵션 쏠림(skew)이 여전히 높고, 극단적 리스크 회피 수단인 ‘테일 헷지’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증가 중이다. 글래스노드는 많은 옵션 트레이더들이 연말 상승장에 베팅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하방 포지션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일부 고위험 감수 투자자들이 풋 옵션 또는 풋 스프레드를 매도해 11월 반등 가능성을 노리는 움직임도 탐지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시장의 고조된 공포 속에서 과감하게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투자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한편, 크립토포테이토는 이번 주말 만기가 도래한 옵션 계약 규모가 총 48억 달러(약 6조 6,720억 원)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주보다 소폭 증가한 수준이며, 특히 숏(하락) 포지션보다 롱(상승) 포지션이 더 크게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현재 현물 시장에 만연한 약세 정서를 옵션 시장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대규모 옵션 만기는 시장의 추가 약세를 유발할 수도 있고, 반대로 ‘무반응’으로 끝날 수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